지난 5월 20일부터 7월 초까지 우리나라 전 국민은 메르스로 공포의 나날을 보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는 의료진과 119대원들의 모습을 보도하며 메르스 환자 집계와 사망자 수를 올리고 있던 그 때,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한 가톨릭 신자는 6월 28일, 메르스 슈퍼전파자 14번이 이미 경유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안산에서 아들과 며느리와 살고 있던 이 신자는 사실 몇 개월 전, 1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교구에 기증하여 아프리카 잠비아 땅에 학교를 설립하도록 도운 분이었다. 하지만, 그 분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기 원치 않으셨고, 이에 교구는 물론 자신의 다니던 본당에서도 주임 신부 등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7월 초에 이 신자가 선종하여, 교구장 주교가 장례미사를 집전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신자는 아들과 딸 1명을 자녀로 두고 있었다. 자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부인도 남편의 뜻을 존중해 함께 결정한 일이었다. 세상은 메르스 여파로 병원방문을 꺼려하는 시기였지만, 검소하게 봉헌된 장례미사에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해 참으로 은혜로웠다.
‘고인은 그 많은 유산을 자녀들에게 남기지 않고 아프리카에 기증하여 어려운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게 하였다.’는 주교님의 강론에 모두들 숙연해졌고, 어떤 신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자녀들은 평소 아버님의 뜻을 존경하여 아버님의 유산을 자신들에게 남기지 않고 아프리카로 기증한 뜻을 존중한다고 말하였다. 생전에도 고인은 늘 검소한 생활을 하였으며, 성당에서 봉사도 많이 하였고 나눔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신앙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인의 아들과 며느리의 효심도 지극했었다. 메르스로 모든 사람들이 병원 가기를 꺼리던 그 기간에 낮엔 며느리가 병원에서 시아버지 병수발을 하였고, 저녁에는 아들이 그 역할을 해냈다.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해 아쉽다는 며느리와 아들의 효심이 하늘도 감동시켰는지, 그날엔 국민들이 그렇게 원하던 비가 내렸다.
박명영 가타리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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