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알림마당

Home

게시판 > 보기

교구소식

열린마당명예기자가 만난 사람들]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 김숙희 수녀를 만나다

작성자 : 서전복 작성일 : 2015-09-05 조회수 : 712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마태 1,3).”

 

   1991년 7월 18일, 38세의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입회해 용감하게 비행기를 타고 로마 본원으로 떠났던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 김숙희(소화데레사) 수녀를 만났다.

 

   함박꽃 같은 편안한 미소를 지닌 김숙희 수녀는 수도회 봉헌 생활을 고민하거나 선택을 두려워하고 있는 늦깎이 성소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기꺼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김숙희 수녀는 성소의 과정을 “하느님께서 나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명예기자(이하 기자) : 언제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셨는지요.
   김숙희 소화데레사 수녀(이하 데레사 수녀) : 성소를 처음 느낀 것은 직장 내 모임 ‘페트라회’에서 성지 순례를 갔을 때였어요. 산골을 지나는 길에 버스 창문을 통해 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오니까 기분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에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이제 좀 내어놓지 않을래?’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때는 ‘내가 잘못 들었겠지. 잘못 들었을 거야.’라고 흘려버렸던 거예요. 지나고 보니 그때가 처음으로 부르신 것 같아요.
   그 후에 왜관 베네딕토 수도원으로 피정을 갔는데 수사님이 ‘세월이 등을 미니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세월이 등을 미니까 늙고 죽어간다.’는 내용의 강의를 했어요. 생각 없이 살면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이었어요. 그 때에 ‘이제 좀 내어놓지 않을래?’가 다시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결정적 성소의 계기는 1990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예요. 직장 때문에 임종을 못 본거예요. 어머니의 배려로 아버지 시신에 양말을 신겨 드리는데,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어느 순간에 죽겠구나. 내가 이렇게 살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가겠구나. 계속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하느님이 나보고 내어 놓으라 하시는데 정말 수녀원에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부르심은 하느님이 부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기자 : 수도회에 입회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를 어떻게 알고 입회하게 되셨는지요.
데레사 수녀 : 수녀원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때부터 부산에서 평일 미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8, 90년대에는 성소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수도회 지원 자격이 30세 미만이었는데, 수녀원에 가기는 가야 되는데 나이 제한이 있어 걱정이 됐어요.
   어느 날 평일 미사가 끝나고 뒤에서 누가 “숙희 아니가?”라고 물어왔어요. 중학교 동기였는데 내 뒷모습에서 세속에 살 사람 같지 않다고 느꼈다는 거예요. “나도 수녀원 가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서 받아주는데도 없을 것 같고 걱정”이라고 했더니,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는 나이가 많아도 한국 진출 초창기니까 괜찮고, 오히려 나이든 사람들은 사회 경험도 있고 어려움들도 잘 견딜 거라고 볼 것이니 괜찮다.”고 소개시켜 줬어요. 알고 보니 성소 모임을 주관하고 있던 친구였어요. 그래서 성소 모임을 나가기 시작했어요.
   수원에서 이탈리아, 필리핀 수녀님이 오셔서 모임을 했는데, 한국말을 모르니까 서로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가 전부였어요. 그런데 제가 그 다음에도 성소 모임에 또 가고 있었어요. ‘수도회 역사가 100년을 넘었으니까 하느님께서 인정을 하셨고 엉터리 수도회는 아니겠다. 세례자 요한이 멋있게 성경에도 나오고 왠지 든든하고 믿음직하다.’싶은 거예요. 성소 모임을 일 년 다니고 입회를 했어요. 나이도 많은 저를 살려 준 것이죠. 
   하느님께서 오묘하시죠. 초등학교 동창이 하느님을 알려 줬고,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이 수녀회를 소개해 주었고, 하느님이 딱 필요한 순간에 만나게 해 준 거예요.

 


기자 : 수녀회에 입회하기로 결심한 후에 힘든 점은 없으셨습니까?
데레사 수녀 :
“성소 모임 일 년 다니면서 사연이 많았어요. 제가 어머니와 사이가 아주 각별했어요. 제가 어릴 때 유난히 몸이 약해 시름시름 아팠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는 신자가 아니어서 어머니한테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외국 수녀원에 간다고 도저히 말할 용기가 안 나는 거예요.
   그런데 대구에서 직장 동료 결혼식이 있어 뒤풀이 하러 가던 길에 왠지 분위기가 성스러운 곳 같아 양해를 구하고 무조건 먼저 내렸어요. 성령께서 부르신 거죠. 대구교구청에 있는 성모당이었는데, 루르드 성모님 동산이 있고 성모님께 기도하는 곳이었어요. 묵주기도를 하고 뒷길에 십자가의 길을 하고 있는데 13처 앞에서 성모님께서 저에게 ‘너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너의 어머니 고통이 아무리 커도 지금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이 고통만 하겠느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아, 맞다. 내 고통이, 어머니 고통이 아무리 커도 성모님 당신만큼은 아니다. 성모님 고통보다 덜하겠구나.’ 그 때 “네, 알겠어요. 말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뼈가 오도독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결심이 섰어요. ‘성모님께서 도와주시겠구나.’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께 허락을 맡고 회사에 사표 내고, 91년 7월에 수도회에 들어간 거죠. 그 후로 정말 성모님이 도와주시더라고요.

 

   “주님께 맡겨 드립시다. 주님은 수도회의 주인이시고 나는 그분의 일꾼입니다.” (복자 알폰소 마리아 푸스코)

 

기자 : 수도회에 들어가기 전에 예수님처럼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기도 하셨는지요?
데레사 수녀 : “제 생각에 제가 하느님이라면 저 같은 사람 안 데려 가겠어요. 그 뒤에도 망설인 것은 말도 못해요. 맨 마지막에는 갑자기 유혹이 드는 거예요. ‘내가 나이 들어가지고 외국에 가서 살겠나. 수도 생활을 할 수 있겠나.’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수녀회를 소개해 줬던 그 중학교 동창에게 그만두겠다는 이야기하려고 찾아갔어요. 친구에게 “도저히 못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이 친구가 올라왔으니까 미사만 하고 내려가래요. “그 정도로 고민했는데 내가 잡는다고 되겠냐.”는 거예요. 그날 반‧구역장을 위한 미사가 있었어요. 친구 부탁으로 맨 뒤 구석에 앉아 있는데, 어느 순간에 미사 강론이 귀에 들어왔어요.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만 있다면 나는 이 세상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니까 완전히 울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 있죠. “예,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를 반복했어요.

 

   “주님께 청하는 것이 하나 있어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을 우러러보고 그분 궁전을 눈여겨보는 것이라네(시편 27,4).

 

기자 : 성소를 지원하고 싶은데 두려워하거나 망설이고 있는 늦깎이 성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데레사 수녀 : “성체조배를 권하고 싶어요. 직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오륙도에 한센인성당이 있었어요. 그때에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성당에 가면 아무도 없었어요.
닭을 많이 키우니까 닭똥 냄새가 나는데 싫지도 않고, 기도할 줄 모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앉아있는 거예요. 예수님만 바라보는 기도였지만 머리도 맑아지고 때로는 잔잔한 기쁨도 있었죠.
   성체조배를 한 지 3개월이 됐을 때 그날따라 기도를 하고 성당 마당에 게시판을 보니까 성경말씀이 붙어 있었어요.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 너에게 맡기겠다(마태 25,23).” 기도의 응답일까 싶었죠. 수녀원 들어가서도 성체조배 안에서 힘을 얻은 것 같아요.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이 나를 부르시는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기도를 하면 물론 그 순간에 답을 안 주시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서 그것을 잘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인생길을 찾는 것인데 절박하게 해야 찾아지지요. 절박하게 하면 결혼으로 불러주셨는지 수도 성소로 불러주셨는지 가르쳐 주실 것 같아요.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는 1878년 복자 알폰소 마리아 푸스코(Ven. Alfonso Maria Fusco, 1839-1910)에 의해 이탈리아 앙그리에 설립된 국제 수녀회로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교육을 위해 18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자렛 예수님과의 내적 일치 안에서 가난하고 작은 이들을 섬기며, 세례자 성요한처럼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은사를 생활하고 있다. 1990년 한국에 진출한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는 2015년 10월 7일, 한국진출 25주년 감사 미사를 율전동 성당에서 봉헌할 예정이다.

 

   성소 문의‧젊은이 기도 모임 ‘길’ 모임‧1박 2일 수도생활체험 피정 :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저녁 8시-토요일 오후 1시. 수원본원

세례자 성요한 수녀회(031-294-4230, 010 2432-4230, 010 3938-4230)

 

서전복 안나 명예기자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