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대리구 퇴촌본당 산북공소(회장 김동환 막시미노)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9월 6일 앵자봉 동쪽 기슭 여주시 산북면 소재 ‘주어사 터’(1779년 권철신 등의 ‘주어사 강학’이 열렸던 장소)를 순례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최덕기(바오로) 주교를 비롯한 산북공소 공동체 50여 명이 함께한 도보순례는 오전 8시 30분 산북공소를 출발해 문바위를 거쳐 ‘느티나무길’을 따라 올라가는 6km 거리 약 1시간 30분 동안의 여정이었다.
10시 30분 최덕기 주교 집전으로 주어사 터 제2호 건물지 내의 숯가마 터에서 ‘순교자 찬가’을 시작성가로 미사가 거행됐다. 이날 주어사지(址)에서의 미사는 2014년 9월 14일 ‘첫 미사’에 이어 두 번째다.
최덕기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복음 말씀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 예수님’(마르 7,31~37)을 들었다.
이어, “현대사회에 고집불통의 ‘영적(靈的) 귀머거리·벙어리’가 많다.”며, “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웃의 고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사람, 지구가 신음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며 “이들 모두가 성경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덕기 주교는 “천진암과 더불어 주어사는 강학(오늘날의 세미나)을 통해 학문을 신앙으로 발전시킨 신앙선조들의 얼이 서려있는 거룩한 곳”이라며, “주어사 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 산북 공동체가 긍지를 갖고 이를 잘 보전하자.”고 청했다. 이어 “이곳 ‘주어사 터’는 산림청 관할의 ‘국유지’이므로, 순례 후에는 공공장소처럼 ‘흔적 없이’ 자연을 유지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미사 후 순례자들은 인근의 임도에서 소공동체별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친교를 나누기도 했다.
공소회장 김동환 씨는 “산북공소 공동체는 2014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9월 순교자성월에 주요 연례행사로 ‘주어사 터 성지순례 및 미사’를 이어갈 것”이라며, “순례·미사를 통해 선조들의 얼을 되새기며 우리 신앙을 더욱 돈독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유림’인 주어사 터 숯가마 주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 신도회 및 제2교구 신도회 명의의 ‘주어사 원형 복원을 위한 발원 기도’ 현수막과 함께 50여 개의 연등이 작년 여름부터 걸려있다. 주어사(走魚寺)는 1779년(정조 3) 녹암 권철신(1736~1801, 암브로시오)이 정약전 등의 제자들과 함께 머물며 천주교 강학(講學)을 했던 장소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주시 산북면과 광주시 곤지암읍 그리고 퇴촌면의 경계지점인 앵자봉(667m)을 기점으로 그 동쪽 기슭에는 ‘주어사지(址)’가, 산 너머 서쪽 기슭에는 ‘천진암성지’가 위치해 있다.
성기화 요셉 명예기자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