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강조하는 효의 의미
세상 떠난 부모에게도 해당
형식적 행위 넘어 정성 모아야
“교회는 효(孝)를 또 다른 사랑의 실천으로 가르칩니다. 살아있는 분만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위령기도지요.”
전통적으로 추석에는 돌아가신 조상들을 기억한다. 교회 역시 해마다 추석에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하는 등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추석을 맞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자세로 죽은 이들을 기억해야 할까. 안성추모공원 원장 최석렬 신부에게 들어봤다.
“‘만나러간다’는 행위에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마음으로 기도하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그 기도도 소홀히 하지 않을까요?”
최 신부는 명절을 맞아 성묘에 쏟는 정성이 바로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보통 명절에 성묘하는 길은 짧게는 1~2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이 넘게 걸린다. 최 신부는 이런 행위가 단순히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죽은 부모나 친척, 선조들을 위해 기도하는 효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신부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 교회는 산 이뿐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해서도 기도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죽은 부모도 살아있는 부모를 대하듯 정성을 다해 모시는 효의 문화가 있어 정서적으로도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묘하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효를 가르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가 묘지를 운영하는 것은 영혼 구원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심판 때에 다시 부활하리라 믿기에 죽은 이들도 교회 안의 공동체 일원입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교회는 묘지를 운영하며 죽은 신자들을 교회의 땅에 받아들였다. 하느님 안에서 산 이와 죽은 이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 신부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버려두지 않고 교회에 맡기는 것 같아 좋다고 말씀하신다”면서 “종종 스스로를 안성추모공원에 묻힌 분들을 위한 ‘본당 신부’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최 신부가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는 추석미사 복음인 루카복음 12장의 말씀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순례의 삶을 살고 있는데 마치 그 삶이 전부인양 부와 명예만을 좇는다면 죽음 앞에서 후회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예수님이 추석에 우리에게 이 말씀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묵상하셨으면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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