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 수원대리구 권선동본당 관할 내 온수골 아파트단지 사이 가로수길 위에 따스한 사랑의 온기가 번진다.
10월 17일 오전 10시부터 권선동본당(주임 배명섭 안드레아 신부) 11지역(지역장 방현숙 에리나)과 12지역(지역장 이영희 안나) 교우들이 보따리들을 들고 나와 좌판을 펼친다.
오늘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아나바다 장이 열리는 날. 벌써 7년째 열리는 온수골 벼룩시장은 처음엔 12지역 교우 몇 명이 그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갖고 나와 파는 것으로 조그맣게 시작 되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물품 기증자가 늘어나고 작년부턴 11지역 교우들도 참가하여, 지난해에는 370여 만 원을 모아 수단선교에 보탰다.
올해는 지역 교우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외부의 참여도 늘어나 물품 가짓수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본당 전 주임인 양성본당 강홍묵(알베르토) 신부는 지역 농민들에게서 기증받은 배, 호박, 고추 등 농산물 한 트럭분을 보내왔다. 작년까지 물품 찬조만 하다 직접 가판대를 연 퇴촌본당 김선희(아녜스) 씨는 “직접 나와 사람들과 만나니 정말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면서 남편이 직접 제작한 나무받침대를 보여주며 자랑한다.
며칠 걸려 과일잼을 만들어 갖고 나왔다는 지현옥(베로니카) 씨는 “물품 기증은 작년 행사이후부터 받아 정리 작업을 해왔다. 과일잼을 만들며 힘은 들었지만 많은 분께 가서 기쁨이 될 생각을 하니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용없는 물건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다. 장터를 돌며 필요한 물건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옷가지가 가장 많았지만, 가전제품, 학용품, 장난감, 책, 성물, 신발류, 농산품, 먹거리 등 정말 구경만으로도 마음이 부자가 된 거 같다.
11지역장 방현숙(에리나) 씨는 “지역 주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니 전교에도 도움이 된다.”며 함께 온 예비자와 찐빵 판매에 열심이다.
올해는 컵초 만들기 체험코너도 만들어 어린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점심 시간에는 12지역장 이영희 씨가 집에서 손수 만든 김밥을 가져와 봉사자들에게 나누어 줬다. 참가자들은 국수를 사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오전에 왔던 지역 주민이 오후에 다시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 물건을 한 보따리씩 사가기도 했다. 대부분 참여자들은 좋은 물건을 싸게 사며 좋은 일에 보탬을 준다니 기쁘다고 했다.
오후에는 배명섭 신부와 전교 수녀들이 찾아와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오후 4시에 장을 마감하며 몇몇 참가자들이 이날 장터에서 구입한 옷가지와 모자, 가방 등을 걸치고 패션쇼를 하여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봉사자들은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고 함께 손을 잡고 주모송으로 마침 기도를 드렸다.
행사를 총괄한 12지역장 이영희 씨는 “이제 우리들의 벼룩시장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았고 삭막한 세상에 따스함을 전해주는 행사가 되었다.”면서, 지역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날 모금액은 545만 여 원으로 집계됐다. 이 모금액은 교구청을 통하여 남수단 선교 사업에 보태지며, 이날 팔고 남은 물품들은 서울 노숙자센터에 기증된다.
조정현 베네딕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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