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북로 99 구산성지 정문.
사흘째로 접어든 제16기 수원교구 청년도보성지순례단(이하 순례단)의 선발대 중 ‘파란 스머프’(청색의 상의를 입은 스태프) 차림의 신성철(베네딕토·안산대리구 안산성안나본당) 씨가 교통안전지시봉을 서서히 흔들면서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어 태극기·교구기·순례단기를 앞세운 순례단원들은 보무도 당당한 군인마냥 활기찬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분당성요한성당에서 오전 6시 기상한 순례단은, 30분 후 미사 봉헌, 7시 식사 후 8시 30분~오후 1시 남한산성성지까지 도보순례하는 강행군을 했다.
남한산성성지로부터 구산성지까지 도착예정시각 오후 5시보다 30분가량 늦은 시각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구산성지 전담 정종득(바오로)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과 봉사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구산성지는 103위 한국 성인 가운데 71번째 성인 김우집(金禹集, 김성우 안토니오) 등 9명의 순교자가 탄생한 곳이며, 구산마을은 그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오면서 성인과 순교자의 묘소를 함께 보존해오고 있는 곳이다.
순례단은 구산성지 내 잔디마당에서 뒤늦게 도착하는 ‘날천’(부상 등으로 대열에서 뒤처진 ‘날개 잃은 천사’)들에게 격한 환영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청년들은 폭염의 날씨와 태풍 및 장맛비와 악전고투 하면서 아스팔트와 산길과 오솔길을 걷느라 시간이 가면서 더욱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이를 통해 예수님의 고행과 신앙선조들의 순교정신을 체득하고 있었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시편 130,2)라는 주제에 화답하기 위해, 젊은이들의 발을 딛는 노정에서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묵주기도는 청년도보순례의 동력이다. 도보순례 3일째인 이날까지 묵주기도 누적 합계는 총 6868단에 이르렀다.
이날 도보순례단의 성지 도착이 예정보다 지체됐다. 이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8개 조 가운데 홀수 조는 식사를, 짝수 조는 샤워를 먼저 했다. 교구 청소년국장 박경민(프란치스코) 신부는 청년들이 식사하는 동안 물병 등을 날라다 주는 등 뒷바라지를 하기도 했다.
오후 6시 30분 경 닭볶음 등으로 저녁식사를 가장 먼저 끝낸 제1조(조장 김병영 대철 베드로) 단원들은 아이스커피를 들며, 조원들의 특성인 ‘열정’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뽐내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순례단은 오후 7시 30분~9시 45분까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센터(관장 이헌우 마태오 신부)와 교구 청소년국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후 10시 취침 후 20~30분간은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의료팀이 운영되기도 했다.
16기 도보성지순례단 회장 우현지(술임 수산나·안산대리구 와동일치의모후본당) 씨는 “11기 때 처음 참가 후 연이어 5번째 청년도보성지순례에 참여해왔다.”며, “8박9일의 일정이 힘든 여정이지만, 봉사활동으로 함께하며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는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손기정 신부는 “이번 16기 청년도보순례는 그 포스터의 디자인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청년들이 통일의 물곬을 제대로 다잡아가는 한편,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들을 묵상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또한 도보순례 중 사제들의 고해성사 및 면담을 통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감사하면서 교회의 공동체적 사랑과 우정을 다지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년도보성지순례는 교구 내 본당 및 성지 261㎞, 8박 9일(7월 8일~ 7월 16일까지) 여정을 통해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신앙선조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자.’는 모토로 진행됐다.
만 19세 이상 35세 이하 청년(전체일정 72명, 단기일정 8명)들이 안양대리구청(발대미사) → 하우현성당 → 분당성요한성당 → 남한산성성지 → 구산성지 → 양수리성당 → 양근성지 → 양평성당 → 천진암성지 → 양지성당 → 은이성지 → 미리내성지 → 갈곶동성당 → 요당리성지 → 갓등이 피정의집 → 교구청(파견미사)으로 이어지는 일정에 함께했다.
순례단에는 교구 사제 김영빈(요한 세례자·성남대리구 청소년국장) 신부, 손기정(베드로·교구 청소년국 부국장) 신부, 윤석희(미카엘·교구 청소년국 부국장) 신부, 박상호(바실리오·용인대리구 청소년국장) 신부, 이형묵(요셉·성남대리구 사회복음화국장) 신부 그리고 수도회 사제로서 여운암(안토니오·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신부도 함께하고 있다.
성기화 요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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