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한 교정을 들어서니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라고 쓰인 교훈비가 반갑게 맞이한다.
2월 13일 학교법인 광암학원 소화초등학교(교장 임재혁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에서는 제70회 졸업식이 열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초등학교 졸업식이 많이 달라졌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모여 졸업식 노래를 주고받는 광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로 84주년을 맞는 소화초등학교는 오랜 역사만큼 졸업식도 독특하다.
미리 입장한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와 내빈 그리고 선생님들과 재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부모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졸업생들을 축하하며 맞이한다. 그리고, 국민의례, 전례성가, 졸업생 기도가 이어진다.
교장 임재혁 신부는 축사에서 사랑과 정성으로 뒷바라지 해 준 학부모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명랑, 따뜻함, 다정함을 의미하는 주황색 명찰처럼,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해 준 졸업생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언제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므로 다가오는 것에 대해 기대하고 즐거움으로 마주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희종 주교는 “이제 어른으로 성장하는 졸업생 여러분은 언제나 나의 삶의 지표 중심에 부모님, 형제, 이웃을 먼저 사랑함을 두어야 한다.”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또한 “편리한 과학문명에 지배당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개인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으므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말고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이어 “소화인의 긍지를 가지고 능력과 재능을 닦아서 자신과 이웃을 변화시켜 더불어 살아가는 빛과 소금이 되기 바란다.”고 끝맺었다.
상장수여에 이어 이 학교 졸업식의 가장 큰 특징인 ‘졸업장 및 학부모 감사장 수여식’이 진행되었다. 83명의 졸업생 모두가 한 사람씩 부모와 함께 단상에 올라 임재혁 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학부모는 문희종 주교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스크린에는 졸업생들의 어릴 때 사진들이 상영됐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부활초에서 점화된 촛불을 들고 하는 ‘빛의 의식과 감사의 시간’이 시작됐다. 촛불아래서 부모들은 자녀에게서 전달받은 손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부모들은 ‘혼자가 아니고 함께한다.’는 의미로 자녀에게 건넨 촛불을 받쳐주며 ‘세상으로 나가 빛이 되라.’고 축복했다.
‘떠난다는 건 슬픈 일만은 아니랍니다. 더 큰 희망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죠.’
‘우리들도 만났다 헤어지는 건 다시 만날 꿈 때문이죠’ 졸업환송가가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줬다.
교가 제창과 주교님 강복으로 졸업식이 마무리 됐다. 졸업생들은 배웅하는 선생님들에게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조정현 베네딕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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