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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도심 한복판 수상한 분향소

작성자 : 홍보전산실 작성일 : 2018-03-07 조회수 : 2005



   천주교와 개신교는 언제부터인가 한 교단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대상은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 성전’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신천지 교회(이하 신천지).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신도 모집 방식으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신천지가 국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권 유린 방지를 내세우며 강제로 개종을 금지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 중인 것이다. ‘강제 개종 금지’라는 재갈을 물려 반대 세력의 반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신천지, 여론에 호소하며 갈수록 지능화 되고 있는 그들의 활동을 고발한다.


   2월 하순 어느 날 오후 경기도 이천의 시내 중심가, 시장 한 가운데 설치된 대형 흰 색 천막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천막 주위에는 향 냄새가 가득하다. 천막을 둘러싸고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행인들의 손을 잡고 무엇인가를 계속 말한다. 잠시 뒤 손에 이끌려온 행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빈소 앞에서 조문을 한다. 도심 한복판에 설치된 빈소에서 분향을 하는 낯선 풍경은 한동안 계속 이어진다.


   어떤 중요한 인물이 사망했기에 수십 명이 유인물까지 나눠주며 추모를 부탁할까? 잘 살펴보니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드러난다. 영정 사진이 없다. 망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분향소를 누가 설치했는지 또한 전혀 표시가 없다. 정면에 ‘개종을 강요하다 국민이 죽었다.’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만이 있을 뿐이다.


   나눠주고 있는 유인물을 받아보면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 ‘00이가 대통령님에게 쓴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몇 줄 읽다 보면 낯익은 단어와 만나게 된다. ‘신천지 교회,. 한 켠의 개신교 교단을 비난하는 문구와 조합해 보면 분향소를 설치한 주최 측이 신천지라는 점을 그제야 깨닫게 된다.


   영정 없는 분향소의 주인공은 지난 1월 신천지 교회를 탈퇴하라는 부모의 요구를 거부하다 사망한 20대 구 모씨. 확인 결과, 신천지는 구 씨를 추모하기 위해 경찰에 사전 집회신고를 하고 꼼꼼한 준비 속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신천지는 약 한 달 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광주광역시에서 사망한 신도의 빈소를 왜 갑자기 지금 경기도 이천 시내 한복판에 만들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문을 받고 있을까? 또 다른 유인물을 보면 의도는 한층 뚜렷하게 파악된다. 신천지의 무분별한 신도 모집 활동에 맞서 개신교가 펼치고 있는 각종 ‘이단상담 활동’이나, 신천지 가입 청년 부모들의 애타는 탈퇴 노력을 불법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한다. 한 마디로 ‘강제 개종 교육’이 구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억지 주장이다.


   인터넷 SNS에 구 모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페이지를 만들고 강제 개종 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사이버 공간에서 연일 강조하고 있다. 고인이 된 구 모씨가 신천지에서 활동하며 어떤 일을 했는지, 부모와 어떻게 갈등을 빚었고 부모는 왜 그토록 탈퇴를 권유했는지 그 과정과 이유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다. 한 신도의 비극적인 죽음을 마치 순교한 것처럼 과대 포장해 교세 확장과 반대 세력 저지에 철저히 이용하는 신천지의 치밀한(?)포교 방법은 무서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강제 개종 교육 반대라는 명분으로 신천지가 공격할 다음 대상은 어디일까? 천주교일 가능성이 크다. 강제 개종 금지법 제정을 위한 신천지의 수상한 분향소가 전국에 더 확산되기 전에 그들이 추진 중인 법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헌법에 기초한 종교 선택 자유를 폭력이나 비합법적 수단으로 제한하고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는 명백히 범죄다. 일부 진보 언론까지 나서 강제 개종 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특정 종교집단의 교묘한 포교활동에 맞서 벌어지는 기존 교단의 합법적인 활동마저 개종 강요 행위로 보는 시각은 곤란하다. 한 사람의 죽음을 등에 업고 신천지가 언론과 여론 뒤에서 강제 개종 금지 법안을 조용히 밀어붙이고 있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천지의 주장이 교묘히 스며든 강제 개종 방지법은 그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견제장치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단과 사이비에 대한 천주교회의 정당한 대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위축된 대응은 사회적으로 각종 부작용을 쏟아내고 있는 신천지의 세력 확장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나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신천지의 모집방식과 비교할 때 천주교의 대응은 여전히 느리고 획일적이다. 더 늦기 전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중심으로 신천지가 물밑에서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는 강제 개종 방지법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각 교구의 신천지 피해 신고센터를 통합해 그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신자들의 경각심을 더 강화시키는 작업이 절실하다. 긴밀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없다면 신천지 탈퇴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 젊은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은 천주교에서도 발생할지 모른다.


임지훈 베드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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