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대리구 권선동 본당 관할 12지역에는 주민들이 자랑으로 여기며 사랑하는 메타세콰이어 길이 있다.
10월 14일, 화창한 날씨에 특별한 행사가 이 길에서 열렸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제12지역 벼룩시장. 해마다 가을에 하는 행사지만 이날은 10주년이 되는 특별한 행사로 만돌린팀, 기타팀, 새터풍물단, 진도북놀이팀들이 초대되어 주민 잔치가 됐다.
소통과 이해 부재의 시대에 소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일깨우고, 가진 것을 조금씩 내어 놓음으로써 이웃 간의 벽을 허물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 아나바다 장터.
봉사자들이 장을 펴놓으면 모두가 그날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이 준비해 온 것들을 판매하고 수익금은 자신의 이름으로(하늘에 적금) 기부를 통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행사다.
장터의 시작은 본당 12지역장으로 봉사하는 이영희(안나) 씨가 아들과 함께 스위스 여행 중 루체른이란 도시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노부부의 의미 있는 나눔에 감동되어 집으로 돌아온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소공동체 모임을 하던 대여섯 명이,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서로 나눠쓰고 바꿔 쓰면 어떨까’ 하는 취지로 시작한 아나바다 장터가 어느덧 10년을 맞이한 것이다.
처음, 천 원, 이천 원의 작은 기부가 모여 10여만 원에서 시작했는데, 지난해 6백50여만 원이 되기까지, 늘어난 규모만큼이나 나눌 수 있는 이웃사랑도 커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펼쳐진 ‘벼룩시장’에는 교우들이 기부한 물건(가구, 전자제품, 의류, 생활용품)과 직접 만든 음식(농산물, 밑반찬, 국수와 간식거리, 커피 등)을 비롯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코너(컵초, 바느질, 염색, 페이스페인팅) 등이 마련되는 등, 그 어느때보다 다채롭게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중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백지희씨는 희희낙락 카페에서 커피와 레몬차를 매년 엄마와 참여하여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고 써미트빌 구역장 박순애 루치아씨는 1년간 손뜨개 수세미를 준비해서 나눔에 제공했다.
3대가 함께한 조하나(젬마) 씨는 '임신중 몸이 아파 미숙아를 낳았는데 아기가 너무나 위독하여 구역 식구들의 기도를 요청했었다. 건강하게 회복중인 딸 김민소(스텔라)를 보여드리고 싶어 함께 했고, 딸 스텔라 이름으로 기부도 했다.'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할머니 강을순(글라라) 씨는 구역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을을 전하고 싶다며, 전날 김치 담그는 것부터 국수 판매에 이르기까지 바쁘게 움직였다.
수단 어린이를 돕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자기가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온 초등학생이 제일 생각난다는 김영화(야고보) 씨와 한임석(나타나엘) 씨 등 많은 형제들도 시설물을 설치하고 관리하며 도왔다.
함께한 이들은 모두 다 입을 모아 힘든 것 보다는 감사한 마음에 즐겁고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행사 중간에 경매행사도 열렸는데 46인치 대형TV는 서울에서 온 이명순씨가 고향에 부모님께 드린다며 20만원에 낙찰을 받았고 여행 케리어는 7만원, 냉풍기는 5만원에 각각 주인을 만나 전해졌다.
권선동 본당 아르케 만돌린 연주팀과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새터 풍물팀, 진도 북놀이 등 거리 공연도 펼쳐지고, ‘아프리카 현지 선교 활동’과 ‘벼룩시장의 지나온 발자취’가 담진 ‘10주년 사진 전시회’도 함께 열려, 참석자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12지역 40여 명의 주부 신자들은 반찬만들기, 물건수집, 분류 등 힘든 일들을 계속해 왔다.
특히 이 행사를 총 진행한 지현옥(베로니카) 씨는 이 행사를 위해 직접 배추농사를 지어 김치를 담가 이날 장터에 내놨다.
지현옥 씨는 “약을 먹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주민들과 함께하는 기쁨, 그리고 수익금이 아프리카 수단 선교사와 어린이들을 위해 쓰일 생각에 힘을 얻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우리의 사랑이 담긴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쁘게 전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이웃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어쩌면 이것이 가장 훌륭한 선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장 이영희(안나) 씨는 ‘10여 년 동안 벼룩시장을 하면서 준비는 신자분들이 하지만, 물품을 사는 사람은 비신자가 많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얻어가는 기쁨, 내 물건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서로에게 도움, 행복을 주는 이 나눔이야말로 주님의 은총이고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처음에도 그랬고 후에도 그럴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내일은 저희들이 계획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에 은총의 시간에 감사할 따름이다. 주님의 뜻에 참가자들의 마음에 맡길 뿐이다.라며 답했다.
벼룩시장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은 ‘아프리카 수단 선교’를 위해 봉헌하고 있다. 올해도 수익금 약 700만 원 전액을 교구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로써 10년 동안 이렇게 모은 ‘12지역 벼룩시장의 나눔 금액’은 2800여만 원에 이른다.
앞으로 아프리카 선교지원 벼룩시장은 12지역 교우들과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매년 열릴 계획이다.
서기수 루치아노·조정현 베네딕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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