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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6년 사순 시기 교황 담화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2-15 조회수 : 22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2026년 사순 시기 담화

경청과 단식: 회개의 때인 사순 시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 시기는 교회가 모성적 돌봄의 마음으로, 하느님 신비를 다시 한번 우리 삶의 중심으로 삼도록 초대하는 때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믿음을 새롭게 하고 일상생활의 불안과 분심이 우리 마음을 잠식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회개로 향하는 모든 길은, 우리가 하느님 말씀의 자리를 마련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일 때 시작됩니다. 따라서 하느님 말씀의 선물과 우리가 그 말씀에 내어 드리는 환대의 자리, 그리고 그 말씀이 불러오는 변화는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사순 여정은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며, 그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완성될 장소인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기쁜 때입니다. 


경청


올해 저는 우선 경청을 통하여 말씀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찰하고자 합니다. 기꺼이 경청하려는 자세는 다른 이와 관계를 시작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을 드러내는 첫 번째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불타는 떨기 속에서 당신 자신을 모세에게 계시하시면서 경청이 당신을 정의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임을 몸소 일러 주십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탈출 3,7). 주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를 보내시어 종살이하던 당신 자녀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해방 이야기는 바로 억눌린 이들의 울부짖음을 귀여겨들으신 데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당신 마음속 생각들을 우리와 나누십니다. 그러한 까닭에,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말씀의 경청은 우리에게 현실 속 진실에도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성경의 도움으로 우리는 저마다의 삶과 사회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에서도 고통과 고난을 겪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알아듣고 이에 응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청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가짐을 기르려면, 하느님께서 당신처럼 경청하는 법을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시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처지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우리의 삶과 사회, 정치 경제 체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회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외침”1)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단식


사순 시기가 경청의 때라면, 단식은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우리 자신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길입니다. 음식의 절제는 고대의 수덕(修德) 실천이었으며, 회개의 여정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식은 바로 육체와 연관되기에 우리가 무엇에 ‘굶주리는지’ 그리고 우리가 생명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인식하게 해 줍니다. 더 나아가 단식은 우리가 정의에 대한 굶주림과 목마름을 생생히 느끼게 하고 안주하지 않게 하며 우리의 ‘욕구’를 인식하고 조절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하기에 단식은 이웃을 위하여 기도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우리를 가르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영적 통찰을 통하여, 마음을 지키는 이 방식을 특징짓는 것, 곧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성취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성인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인간은 지상 삶의 여정 안에서 정의에 대한 굶주림과 목마름을 느끼게 되지만, 그 충족은 내세에 속합니다. 천사들은 이 빵, 이 양식으로 만족합니다. 반면에 인류는 이에 대한 굶주림을 느끼기에, 우리 모두는 갈망하면서 이에 이끌립니다. 이처럼 갈망하며 나아가는 것은 영혼을 확장시키고 그 능력을 키워 줍니다.”2) 이러한 방식으로 이해되는 단식은 우리의 욕구를 다스리고 정화하며 자유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장하여 하느님과 선행을 향하게 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진리에 따라 단식을 실천하고, 단식이 자만심으로 이어지는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를 믿음과 겸손 안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단식은 주님과 이루는 친교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자기 자신을 살찌우지 못하는 이들은 올바르게 단식하지 않는 것이기”3) 때문입니다. 단식은 은총에 힘입어 죄와 악에서 돌아서겠다는 우리의 내적 다짐의 가시적 표지로서, 더 검소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기 절제를 수반해야 합니다. “절제만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하고 참되게 만들기”4)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점에서 더욱 구체적이면서도 종종 간과되곤 하는 절제의 한 형태를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곧, 우리 이웃을 불쾌하게 하고 상처 주는 말을 삼가는 것입니다. 같은 자리에 없어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한 거친 말과 성급한 판단을 피하고 비방과 험담을 삼감으로써, 우리의 언어를 무장 해제하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우리의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일터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정치적 담론에서, 매체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말을 헤아려 보고 친절과 존중을 기르도록 노력합시다. 이렇게 함으로써 증오의 말들은 희망과 평화의 말들로 대체될 것입니다.


함께


마지막으로, 사순 시기는 말씀 경청과 단식의 공동체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성경도 여러 방식으로 이 차원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느헤미야서는 백성들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새롭게 하려고 모여서 함께 율법서 봉독을 듣고 단식에 참여함으로써 신앙 고백과 하느님 경배를 준비하던 모습을 이야기합니다(느헤 9,1-3 참조). 


우리 본당, 가정, 교회 단체, 수도 공동체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순 시기 동안 공동의 여정에 나서도록 부름받습니다. 이 공동 여정에서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가난한 이들과 땅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 공동체 삶의 일부가 되고, 단식이 진실한 참회의 바탕이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개는 개인의 양심만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와 대화의 질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가 기꺼이 현실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개는 우리 교회 공동체들 안에서뿐만 아니라 정의와 화해에 대한 인류의 목마름과 관련해서도 무엇이 참으로 우리의 갈망을 이끄는지 깨닫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 여러분, 우리가 하느님께 그리고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에게 더욱 귀 기울이게 해 주는 사순 시기의 은총을 청합시다. 우리의 언어 사용도 아우르는 그러한 단식의 힘을 청합시다. 그리하여 상처 주는 말이 줄어들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더 넓은 자리를 만들어 나갑시다. 우리 공동체들이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리가 되고, 경청을 통하여 해방의 길들이 열리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준비된 마음과 열정으로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이바지합시다.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사순 여정에 진심으로 저의 교황 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26년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레오 14세 교황


1) 레오 14세,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 2025.10.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6(제1판), 9항.

2) 성 아우구스티노, 「단식의 유익」(De Utilitate Ieiunii), 1, 1.

3) 베네딕토 16세, 수요 일반 알현 교리 교육, 2011.3.9.

4) 성 바오로 6세, 수요 일반 알현 교리 교육, 1978.2.8.


<원문: Message of Pope Leo XIV for Lent 2026, Listening and Fasting: Lent as a Time of Conversion, 2026.2.5., 이탈리아어도 참조>


영어:

https://www.vatican.va/content/leo-xiv/en/messages/lent/documents/20260205-messaggio-quaresima.html


이탈리아어:

https://www.vatican.va/content/leo-xiv/it/messages/lent/documents/20260205-messaggio-quaresim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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