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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6년 제112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담화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9-02 조회수 : 6

제112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담화

(2026년 9월 27일)

가장 작은 이들이 주는 희망의 풍요로움


 


하느님의 놀라운 창조 신비 안에서 우리는 한 생명의 시작을 바라보며 기뻐합니다. 모든 아이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태어난 소중한 존재이며,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자라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곁에는 세상의 거친 파도 앞에서 홀로 흔들리고 있는 작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주 아동들입니다.


교회는 이 작은 이들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손을 잡아 주고, 보호하며, 함께 걸어가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112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특별히 레오 14세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교황께서는 우리에게 마태오 복음의 말씀,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18,5)를 떠올리게 하시며 “이 어린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받아들여 줄 것을 호소하셨습니다.


오늘날 이주민과 난민은 폭력, 인신매매, 착취, 신체적 심리적 학대 등 수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아이들은 가장 약하고 취약한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삶의 자리를 선택할 수 없으며, 어른들이 만든 사회적 조건과 제도의 틈 속에서 상처받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교회와 사회는 이 아이들을 더욱 특별한 사랑과 책임으로 돌보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이주 아동들이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땅에서 태어났지만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가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고자 들어온 중도 입국 청소년, 전쟁과 박해를 피하여 이 땅에 온 난민 가족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소중한 생명입니다. 그러나 이주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숨죽이며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하는 아픔입니다.


이주 아동은 무엇보다도 생명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 안에서 보호받아야 합니다. 사회적 폭력에서 안전하게 지켜져야 하며,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고, 학교에서 교육받으며 친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특권이 아니라 한 아이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국가는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교회와 사회는 그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또한 이주 아동들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겪기도 하고, 학교와 사회 안에서 편견과 혐오의 시선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차별의 말과 냉대의 시선으로 아이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가장 행복하게 자라야 할 시기에 겪는 외로움과 두려움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신체적 아픔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주 아동들에게는 심리적 상담과 정서적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공동체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사회 밖으로 내몰린 이주민과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하시며, 구체적인 환대와 동행을 호소하셨습니다. 한국 교회에는 많은 본당 공동체가 있고, 그 주변에는 이미 많은 이주민과 난민,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멀리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특별히 취약한 이주 아동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본당 공동체가 함께 돌보고 동반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도 공동체가 함께하면 길이 열립니다. 본당 공동체가 한 아이를 기억하고, 한 가정을 돌보며, 그들의 삶에 기꺼이 동행할 때 그 아이들은 더 이상 외로운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 자신만의 빛을 밝히며, 다양한 문화와 언어, 경험과 재능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우리는 세계의 청년들을 한국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맞이해야 할 청년들과 아이들은 먼 곳에만 있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가장 약하고 가까운 이웃, 곧 이주민과 난민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환대하는 일은 세계 청년 대회의 정신을 삶으로 실천하는 길이며, 공존과 동행의 문화를 교회가 먼저 이루어 가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이 말씀은 오늘 우리 곁에 있는 이주 아동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가장 작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은 곧 예수님의 손을 잡아 드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주 아동을 보호하고 사랑으로 함께할 때, 그들은 단지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하여,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삶과 재능, 문화와 꿈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과 풍요로움을 선물할 것입니다.


가장 작은 이들 안에 하느님의 희망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 희망을 지켜 주고 길러 낼 때, 교회와 우리 사회는 더욱 넓고 따뜻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와, 우리 곁의 모든 이주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2026년 9월 27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 순 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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