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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죄인가요?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9-06 09:19:14 조회수 : 120

오랜만에 선배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리 본당에 한 자매님이 있는데,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으니 성 변호사가 조언 좀 해주게.” 그렇게 신부님의 부탁을 받고 베로니카 자매님(가명)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베로니카 자매님은 막상 상담이 시작되자 “변호사님이 신자분인데 이렇게 이혼과 관련된 내용으로 상담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시며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이혼소송을 직접 수행한 적은 없습니다. 혼인성사를 통해 가정을 이루게 되면 이혼 자체가 원칙적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혼인의 불가해소성, 마태 19,6 참조). 다만, 이혼 상담은 하되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가급적 생각을 바꾸시기를 권해 드리고, 만약 이혼이 꼭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라면 다른 이혼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드리고는 합니다. 그런데 어렵게 베로니카 자매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드라마에 나오는 이혼 이야기의 종합세트 같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베로니카 자매님은 상담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매님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었고, 그렇게 힘들게 혼인생활을 유지한 자매님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웠던 것은, “제가 신자인데 이혼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이혼하면 앞으로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게 너무 힘들어요.”라며 서럽게 우는 자매님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자매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충분히 이혼사유가 되니 빨리 가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라고 말씀드렸고 이혼전문 변호사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이혼했다고 해도 신앙생활을 하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고, 다만 나중에 재혼하게 되면 성사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때는 꼭 본당 신부님의 도움을 받아 교회법원에 혼인 무효소송을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조금이나마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시는 자매님을 보며, 개인적인 위로나 변호사로서 드린 법률적인 조언 보다도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에 더 큰 위안을 받으신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로니카 자매님의 경우처럼, 지옥과도 같은 가정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이혼하는 것을 과연 하느님께서 죄라고 여기실까요? 그와 같은 고통스러운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하느님이 원하시는 모습일까요? 폭력과 학대로 신체나 생명의 위협이 있음에도 당신은 신앙인이니 참고 이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폭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혼을 장려해서는 안 되지만, 상대방의 귀책으로 혼인생활 유지가 고통뿐이라면 교회가 그 혼인에 대해 무효 선언을 하더라도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는 하느님께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베로니카 자매님이 이혼을 통해 이제는 더는 고통 받지 않기를, 더더욱 교회 안에서 위로를 받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그럼으로써 그녀의 앞날에 평화와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