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가 사람이 되었다는 것과 천주가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나는 그 의문이 풀릴 때까지 천주교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오.” 장성집(1786~1839)은 교리를 듣다가 ‘강생(降生)’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더는 천주교에 관심을 갖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교우인 한 친구가 강생에 대한 신비를 잘 설명해 주자 모든 의혹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장성집은 잠시 천주교에서 멀어졌던 것을 깊이 뉘우쳤습니다. 그때부터 집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참아가며, 기도와 성경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친지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라.”라고 말하자, “나의 죄는 모두 의식(衣食)을 넉넉히 하려는 욕심에서 나온 것이오. 다시 그런 죄를 짓기보다는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는 것이 더 낫소.”라고 말했습니다.
세례를 받은 장성집은 많은 교우가 박해로 순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에 깊이 감동해, 자신도 때가 되면 기꺼이 순교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장성집은 대부(代父)에게 포도청에 가서 “나도 천주교 신자이니 체포하라.”라고 말하겠다고 하자 대부는 “천주님의 부름이 있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 장성집은 소원대로 체포되었습니다. 어떤 친척이 장성집을 천주교 신자라고 고발했던 것입니다. 이웃 사람들이 면회 와서는 배교할 것을 간곡히 말했습니다. 그러나 장성집은 오히려 그들에게 교리를 설명했습니다.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천주님을 우리는 공경해야 합니다. 천주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보살피시며, 착한 이는 천국에 올려주시고 악한 이는 지옥에 내려보내십니다. 그러니 이 짧은 생에 집착하지 말고 천국의 영원한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장성집은 포도청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재판받지 않고 며칠째 그대로 감옥에 있게 되자 “사형에 처하려고 잡아 온 사람을 어째서 형벌도 주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오?”라고 소리쳤습니다. 반응이 없자 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장성집을 보호하기 위해 포졸에게 ‘병으로 헛소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장성집은 “헛소리가 아니라 믿음을 갖고 말하는 것이오!”라고 반박했습니다. 형리가 천주교를 배반하라고 문초했습니다. 장성집이 오히려 교리를 설명하자 형리는 화가 나 곤장 20대를 내려쳤습니다. 장성집은 전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감옥으로 돌아온 장성집은 자신이 소망하는 대로 거룩하게 순교했습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마태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