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똥물까지 마셔가며 신앙을 증거한 허협 바오로 (축일 9월 20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6-20 09:09:00 조회수 : 56

허협(1795~1840)은 훈련도감 군인이었습니다. 훈련도감은 조선 후기 수도 한성부를 방위하기 위해 설립된 최정예 군대였습니다. 현재로 치면 수도방위사령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군인이었지만 훌륭한 신앙심을 지닌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허협에 대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고향이 어디고, 어떻게 자랐으며,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의 집안이 열심히 천주교를 믿었다는 기록만은 남아 있습니다. 


허협은 기해박해가 치열했던 1839년 8월에 체포되었습니다. 포도청 관원으로부터 신문을 받았습니다. 허협에게 배교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는 나라의 녹봉을 먹는 군인임에도 나라에서 금지하는 천주교를 믿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욱 혹독히 고문을 받았습니다. 형리는 주뢰를 틀고 꼬챙이로 몸을 사정없이 찔렀습니다. 곤장도 70대나 쳤습니다. 허협은 심한 고문과 혹형을 견디지 못해 그만 배교하고 말았습니다. 포도청 관원은 그가 배교한 것을 기뻐하며 풀어주었습니다. 집에 온 허협은 배교를 한 것 때문에 여러 날 괴로워했습니다. 그러고는 배교한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쳤습니다. 허협은 재판관을 찾아가 “나는 입으로는 배교했으나 마음으로는 천주교 신자였소. 지금도 천주교 신자요. 형벌을 받을 각오로 다시 왔소. 나에게 형벌을 주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관은 화가 나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했습니다. 


감옥을 지키는 포졸이 허협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천주교 신자라고 말을 바꾼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네가 진정으로 뉘우친다는 표시를 보여주어라.” 그러고는 대소변이 가득 담긴 똥통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네가 참으로 죄를 뉘우친다면 이 사발에 저 똥통에 있는 똥물을 퍼서 마셔라.” 그러자 허협은 ‘즉시’ 사발로 똥물을 퍼서 단숨에 마셨습니다. 포졸은 못 먹을 것이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자 화를 내며 “그만두고 여기 십자가가 있으니, 천주교를 배반하기 싫거든 십자가 앞에 엎드려라!”라고 말했습니다. 허협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마를 땅에 대고 십자가에 엎드려 통회하며 천주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렇듯 허협은 ‘배교 취소’를 온몸으로 증명했습니다.


허협은 포도청에 여러 달 갇혀있는 동안 치도곤 130대를 맞았습니다. 치도곤은 길고 단단한 나무판으로 죄인의 볼기를 치는 곤장형입니다. 치도곤은 혹독해서 몇 대 맞으면 살이 터져 피가 솟고 뼈가 드러났습니다. 허협은 치도곤의 고통을 신앙으로 이겨내다가 감옥에서 순교했습니다. 허협은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참 군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