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더러운 저를 주님의 피로 씻어 주소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체 찬미가’ 중에서)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6-20 09:09:30 조회수 : 55

보헤미아 지역 프라하의 베드로 신부님은 성체와 성혈의 성변화(聖變化, 실체 변화)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어 사제로서의 자괴감에 빠져있었습니다. 

1263년 베드로 신부님은 성체 성사에 대한 믿음을 희망하며 로마를 순례하던 중 로마 북쪽 볼세나(Bolsena) 호수 인근에 있는, 3세기 순교하신 크리스티나 성녀의 순교터와 무덤 위에 세워진, 산타 크리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습니다. 성지순례 중에 봉헌하는 미사임에도 불구하고 성변화를 의심하는 그 사제의 손에 들려있던 성체에서 피가 흘러 떨어져 그의 손과 성체포를 적시는 놀라운 기적이 벌어집니다. 이 놀라운 사건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사제의 의심을 믿음으로 변화시켜주심은 물론, 그리스도께서 성체 안에 살아 현존하고 계시다는 성체 성사의 신비를 여실히 드러내 주셨습니다. 이 사실이 기적의 성체포와 함께 마침 오르비에토(Orvieto)에 거처하고 있던 우르바노 4세 교황(1261~1264년 재위)에게 전해졌고, 교황의 명으로 교회의 위대한 학자이신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께서는 ‘성체 찬미가’를 봉헌하시게 됩니다. 뿐만이 아니라 1264년 ‘성체와 성혈 대축일’이 교회 내에 공식적으로 선포되었습니다. 


오르비에토 대성당(Duomo di Orvieto)은 성체와 성혈의 기적을 붉게 품고 있는 성체포가 모셔진 만큼 색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된 고딕 양식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아울러 절벽 위에 경이롭게 자리한 천혜의 요새이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구시가지는 시간을 거스르는 듯 짙은 인상을 남겨줄 것입니다. (아쉽지만 ‘기적의 성체포’는 특별한 날에만 공개됩니다. - duomodiorvieto.it 참조)

무엇보다 성체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아 현존하시며, 하느님께서 나와 늘 함께하신다는 엄청난 은총과 한없는 사랑이(갈라 2,20 참조)무감해진 나의 가슴에 새삼 사무치고, 새롭게 채워지는 믿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희망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찾아오는 수많은 ‘희망의 순례자들’이 붉게 품고 있는 희망이자 순례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언제나 주님을 더욱더 믿고 바라고 사랑하게 하소서....” (‘성체 찬미가’ 중에서)


오르비에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볼세나 호수와 산타 크리스티나 성당 그리고 보나벤투라 성인의 고향이며, 신비로운 풍광으로 경탄을 자아내는 반뇨레죠(Civita di Bagnoregio)도 함께 순례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