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당연함과 간절함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6-20 09:10:02 조회수 : 65

세상 그 어떤 양식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기가 존재합니다. 바로 ‘영적인 허기’입니다. 영적인 허기는 세상의 양식으로는 채울 수 없습니다. 오직 영적인 양식으로만 허기를 달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양식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입니다. 전례 중 바치는 부속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거룩하신     말씀따라     빵과술을

축성하여     구원위해     봉헌한다.

살은음식     피는음료     두가지의

형상안에     그리스도     온전하다.


세상의 양식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지만, 성체와 성혈의 신비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머무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통해 매일 같이 생명의 양식을 받아 모실 은총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공덕도 없지만, 오직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 그 사랑 때문에 천상의 양식이 우리에게 허락되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성체의 소중함을 잊은 채 살아가곤 합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아무런 감흥도 없이 성체를 모시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곤 합니다. 


여기 성체성사의 소중함을 보여준 어느 사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에 의해 13년간 수감생활을 하셨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구엔 반 투안” 추기경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추기경님은 1975년, 베트남 정부에 의해 체포되어 13년간의 수감생활을 하셨습니다. 1988년, 기나긴 수감생활을 마치고 자유를 되찾았지만, 사랑하는 조국 베트남에서 추방되어 로마로 망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하시고 2002년에 선종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수감생활 동안 신자들이 몰래 보낸 제병과 포도주로 미사를 거행하셨습니다. 밤이면 불이 다 꺼진 수용소 침대에서 손바닥을 제대 삼아 포도주 세 방울로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그리고 담뱃갑 종이로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성체를 보존하셨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누군가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어떤 누군가에겐 간절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는지요? 결코 그 어떤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상의 신비를 기쁘게 받아 누리고 있는지요.


사랑의 신비를 온전히 체험하기 위해선 서로 나눠야 합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우리는 그 위대한 신비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