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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에게 ‘옥중 세례’를 받고 순교한 임치백 요셉 (축일 9월 20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8-14 09:48:47 조회수 : 141

“정오 때부터 해질 때까지 그를 때려 형리들은 지쳤다. 그래도 숨이 붙어 있어 감옥으로 끌고 가 목 졸라 죽였다”(교황청 조서). 임치백이 순교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임치백의 시신을 ‘찬란한 빛’이 둘러싸자 감옥을 지키던 포졸들이 크게 놀랐습니다. 그들은 임치백을 ‘하늘이 보낸 사람’으로 생각해 시신을 정성껏 매장했습니다.

임치백(1804~1866)은 서울 마포의 부유한 비신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모친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부친이 그를 키웠습니다. 임치백은 어질고 착하게 자랐습니다.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고, 활쏘기를 잘했고, 음악.미술.문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결혼했습니다. 아내와 자식을 먼저 천주교에 입교시켰습니다. 주변에서 입교 권유가 많았으나 미뤘습니다. 하지만 교우들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물론 형편이 어려운 교우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교인으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박해로 잡혀간 교인들을 돕기 위해 포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성룡(임치백 아들)이 김대건 신부와 함께 체포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선교사를 모셔오는 배의 선주(船主)였던 임성룡이 김 신부와 연평도에 갔다가 체포된 것입니다. 임치백은 아들이 갇힌 곳으로 갔습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천주교 신자’라고 거짓말했습니다. 그러자 관원은 그를 바로 체포해 서울로 압송했습니다. 

포도청 감옥에서 김대건 신부를 만났습니다. 김 신부를 통해 천주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김 신부는 임치백에게 “체포된 것은 천주의 ‘특별한 은혜’이므로 감사한 마음으로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임치백은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천주교를 믿겠소. 나는 이 순간을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소.” 그러곤 김 신부에게 옥중 세례를 받았습니다. 친구들이 찾아와 배교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나는 천주를 위해 죽기로 결심했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므로 그런 말 하지 말게.”라고 말했습니다. 

포도청에서 임치백을 거꾸로 매달아 심하게 매질했습니다. 그러자 임치백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송장을 때리고 있는거요. 헛수고하지 마시오.” 포도대장이 물었습니다. “너는 십계명도 외우지 못하면서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느냐?” 이에 임치백이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사람도 부모에게는 효도하는 법이오. 나는 배운 것이 없지만 천주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아버지’라는 것을 굳게 믿소.” 포도대장은 곤장을 치라고 했습니다. 임치백은 곤장을 맞고 신음했습니다. 신음하면 ‘배교한 것으로 간주’ 하겠다고 하자 신음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다 결국 교수형으로 순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