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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完走)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8-14 09:49:16 조회수 : 71

너무 덥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납니다. 방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면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뒤덮습니다. 그런데 이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공원에서 뛰기도 하고, 산에 오르기도 합니다. 에어컨이 만들어 주는 ‘겨울왕국’에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어하는 저에게 그들은 존경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이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 중 타의(他意)에 의해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원하기에 몸을 움직이겠죠. 외모를 가꾸기 위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등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 목적은 다를지언정 그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같습니다. 바로 의지(意志)입니다. 즉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의지를 가진 인간보다 더 위대한 하느님의 창조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듯합니다.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주인공 초원이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입니다. 엄마는 사회생활을 해 나가기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한 분야에서라도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마라톤을 시키죠. 그러던 어느 날, 초원이가 너무도 힘들어 보이자 엄마는 생각합니다. ‘혹시 내가 초원이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했나? 초원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중요한 대회를 앞둔 아들에게 이제 그만 뛰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초원이의 반응이 엄마의 예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백만 불짜리 다리’를 가진 아들은 백만 불보다 훨씬 값진 의지를 가지고 있었죠. 그동안 억지로 뛴 것이 아니었어요. 뛰고 싶어서 뛰었고, 지금도 뛰고 싶어 하는 초원이였죠. 그런 초원이에게 어찌 완주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끝까지 해낼 수는 있습니다.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몇 시간이 걸릴지언정 완주할 수 있습니다. 조금 부족해 보인다고 해서 완주하려는 의지마저 꺾어서는 안 되겠죠. 이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단체가 마치 대기업과 같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여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마을 잔치를 마치 올림픽처럼 성대하게 치를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잔치 준비할 권한을 시(市)가 빼앗아 가서는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그 마을의 전통에 따라 잔치를 치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때 시 차원에서 도와주면 됩니다. 교회는 이를 ‘보조성의 원리’라고 가르칩니다. 즉, 모든 상위 질서의 사회는 하위 질서의 사회들에 대하여 통제하거나, 지배하기보다 도움의 자세(보조성)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죠.


완주하고자 하는 아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초원이 엄마처럼, 우리 사회도 목적을 향해 완주하고자 하는 이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내어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