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 상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간을 지냅니다. 이제 한 주가 지나면 교회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합니다.
올해가 시작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들, 기쁨의 시간도 있었겠지만, 아쉬운 순간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냈다.'는 것입니다. 시작이며 마침이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나에게 맡겨진 시간을 살아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합니다. 인간의 손으로, 능력으로 빚은 결실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섭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낸 이 시간, 하느님 안에서 걸어왔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의 결실을 얻습니다. 비천하고 작아 보일지라도,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이제 그 결실을 통해 우리는 한 걸음 더 주님께 가까워지게 됩니다. 등산로는 여러 갈래지만 정상은 하나입니다. 출발점은 다를 수 있지만, 종국에는 하나의 정상에서 만나게 됩니다. 각자가 맺은 결실을 통해 우리는 임금이신 하느님을 뵙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시작이며 마침이시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냅니다. 모든 만물은 시작과 마침이 있고, 이를 섭리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시작과 동시에 마침을 향해 달려갑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지만, 인생을 움직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우리 영혼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임금이신 주님의 백성이고 그분의 모상대로 창조된 위대한 작품입니다.
아쉬움이 많지만, 미련이 남지만, 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나의 시간 안에 함께 하신 흔적들을 찾길 바랍니다. 그분의 흔적을 찾아냈다면 감사를 드리십시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바로 그 흔적이 나의 삶을 성숙으로 이끌고, 나의 영혼을 주님께로 인도할 '광야의 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