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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에 순교한 정원지 베드로 (축일 9월 20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12-04 08:39:03 조회수 : 33

정원지(1846~1866)는 충청도 진잠에서 한 교우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박해 때 일찍 순교했습니다. 정원지 가족은 전주 부근의 수널마루에서 살다가 금구 지방으로 이사했습니다. 그 후에 교인들이 모여 사는 전주 성지동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조화서 성인 집에 셋방을 얻어 늙은 어머니와 형 그리고 아내와 함께 살았습니다. 정원지는 착실하고 열심한 교우였기에 조화서는 그를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1866년 12월 5일, 포졸들이 갑자기 조화서의 집을 습격했습니다. 천주교 교인들을 체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화서는 즉시 체포되었고, 정원지는 산으로 피했습니다. 그곳에서 밤을 새우고 이튿날 산꼭대기에서 동정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만 포졸에게 붙잡혔습니다. 체포된 교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끌려간 정원지에게 포졸이 물었습니다. “너는 천주교를 믿느냐?” 정원지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니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조화서가 말했습니다. “너는 내 집에 함께 살면서 천주교를 믿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느냐?” 정원지가 “무서워서 그랬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얼른 포졸에게 “나는 천주교 신자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포졸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불한당 같은 놈이 미쳤군. 아까는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제는 교인이라고 하다니. 네게 교리를 가르쳐준 사람을 대라!” 정원지는 “나는 아버지 때부터 신자요! 아버지는 천주교를 믿었기에 공주 감사에게 죽임을 당했소!”라고 했습니다. 포졸이 다시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신앙 때문에 사형받았는데도 천주교를 믿는단 말이냐?” 정원지가 말했습니다. “나도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려고 천주교를 믿소!” 다시 포졸이 말했습니다. “배교한다고 한마디 하면 살려주마.” 정원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원지는 체포된 교인들과 함께 전주 감영으로 끌려갔습니다. 그곳 감옥에서 집요한 신문과 혹독한 고문을 당했으나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정원지는 가족들에게 짧은 위로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천국에서 만날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정원지는 갇힌 교우들과 함께 전주 서문 밖 숲정이 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사형수들이 형장에 앉자 포졸 한 명이 술을 마시고는 사형수 주위를 빙빙 돌며 말했습니다. “하늘에 대고 욕해라! 너희들이 믿는 하늘의 천주에게 욕하란 말이다! 그렇게 하면 살려주마!” 그러자 정원지는 그 포졸에게 말했습니다. “이 불한당 같은 놈! 너는 네 부모에게도 욕하느냐?” 구경꾼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원지의 용기에 크게 놀랐습니다.

정원지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망나니에게 목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단칼에 그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그때 정원지의 나이는 스물한 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