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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 성지 ③ 십자가의 길과 숲속 순례길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1-16 09:45:55 조회수 : 72

천진암 성지 출입구 좌측에는 이벽 성조의 호를 딴 광암 성당이 성지를 찾는 순례자를 처음으로 맞이합니다. 아담한 규모의 붉은 벽돌 성당으로 광암 이벽의 정신을 기리고 그의 신앙을 본받게 하기에 충분한 성전입니다. 


성당을 나와 경사진 언덕 끝으로 멀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보입니다. 좌우에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골고타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조금 높은 경사를 오르며 한 처 한 처 드리는 십자가의 길 기도는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의 무게를 오롯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길이 됩니다.


대성당터에서 오른쪽으로는 사색과 묵상의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묵상하는 순례자의 마음을 감싸고, 강학회에 참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던 청년 이벽의 뜨거운 심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풍성한 사색과 묵상을 위해 새롭게 마음을 다잡지 않아도, 모든 창조물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순례자에게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순례자는 숲길을 오르며 번잡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주님과 만나는 귀한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이 숲길의 끝에는 한국 천주교 창립 선조 5위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묘역에 오르는 길에는 다섯분 각각의 초상화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숲길의 중간쯤에서는 당시 강학회가 열린 터를 마주합니다. 200년의 세월을 말하는 것처럼 지금은 암자없이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지만, 당시 강학회를 묘사한 모자이크화가 설치되어있어 열띤 토론을 하던 그분들의 숭고한 열정을 그림으로나마 엿볼 수 있도록 합니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이사 40,3).


깊어가는 가을, 청년 이벽과 함께 진리를 향해 열정을 불태웠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사막과 같은 불모의 땅에서 하느님께로 향하는 길을 열고 그 길을 닦은 광암 이벽, 그를 만나려 오르는 숲속 순례길은 내내 은혜가 넘치는 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