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 이어지는 40일의 여정을 뜻합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전날까지 실제 날짜를 세어보면 46일이 됩니다. 하지만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일을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작은 부활절로 여겨 단식이나 절제의 의무에서 제외합니다. 따라서 46일 중 6번의 주일을 빼면 정확히 40일입니다. 특히나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정화와 준비 기간을 상징하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파스카) 축제를 준비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사제는 보라색 제의를 입으며, 미사 때에는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바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자색은 고귀한 왕권을 상징하지만, 수난 당시 군인들이 예수님을 조롱하며 입혔던 옷의 색(마르 15,17)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라색 제의는 세상의 영광을 버리고 '수난받는 왕'이 되신 예수님을 드러냅니다. 또한, 외적 화려함을 덮고, 하느님 앞에 죄인으로서 겸손히 서겠다는 정화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대영광송’은 하느님의 현존과 영광을 드러내는 기쁨의 찬가이지만,
사순 시기는 영광보다 예수님의 수난에 집중하는 시기이기에, 교회는 부활 성야 전까지
영광의 노래를 미룹니다. 축제의 기쁨에 앞서 철저한 회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내면의 정화를 위해
금육과 단식을 실천합니다. 교회는 매주 금요일 금육재를,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단식재를 함께 지킵니다. 이러한 전례적 절제와 육체적 희생은 욕망을 비우고 영혼을
정화하여 온전히 부활을 맞이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