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사도는 ‘엠마오’가 예루살렘에서 약 60 스타디온 떨어진 곳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루카의 초대일지도 모릅니다. 엠마오는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걷는 이 길 위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곳. 희망이 무너진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그 자리에 부활하신 주님이 먼저 다가오시는 곳, 그것이 오늘 우리의 엠마오입니다.
부활 시기가 되면 본당에서는 ‘엠마오’를 갑니다. 함께 걷고, 함께 밥을 먹는 하루.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소풍이 아닙니다. 제자들은 그분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길을 걷다 말을 걸어온 나그네였을 뿐.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이 뜨거워지고, 비로소 눈이 열렸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걷다가 나눈 대화 한 마디, 식탁에서 건네받은 따뜻한 밥 한 그릇, 그 안에서 주님은 먼저 다가오십니다. 그렇게 열린 마음은 소풍이 끝난 뒤에도 일상의 모든 자리에서 계속됩니다
주님을 알아본 제자들은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뜨거워진 마음을 혼자 안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엠마오를 다녀온 사람은 돌아가서 누군가의 곁에 섭니다. 지쳐 있는 이웃에게, 신앙이 흔들리는 형제자매에게, 아직 주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부활의 작은 씨앗 하나를 건네는 것, 그것이 엠마오를 다녀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