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당리 성지 정문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너른 잔디밭 위로 ‘기도의 광장’이 보입니다. 이 기도의 광장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가면 요당리 성지만의 특별한 십자가의 길이 시작됩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다른 곳과는 다른 특이한 모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14처는 이숙자(체칠리아) 수녀님과 이춘만(베드로) 조각가의 작품으로, 손이나 발 등 신체의 각 부분에만 집중하여 주님이 지고 가신 십자가 수난을 표현하였습니다. 이 십자가의 길 조각 앞에 서면 예수님의 전신이나 사건 전체를 묘사한 여타의 14처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각각의 조각들은 간결하지만 강렬한 상징으로 표현되어 예수님 수난의 고통과 의미를 더 함축적으로 순례자에게 전달하여 줍니다. 마치 미술관의 야외 조각 전시장 같은 아름다운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에게는 영적인 의미를, 신자가 아닌 방문객에게는 조형물을 깊이 바라보며 예술적 감동을 줄 수 있는 영적인 길이 되기도 합니다.
요당리 성지의 특별한 십자가의 길은 ‘소성당’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성당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은 야외의 조각상과는 또 다른 역사적 의미와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십자가의 길 조각의 소재는 1998년 서울 중림동 약현 성당의 방화로 인해 불에 탔거나 그을린 철재와 목재들입니다. 검게 그을리고 부서진 화재의 잔해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참혹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훼손된 소재를 이용하여 예수님의 고통을 단순하면서도 묵직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이효주(아나스타시아) 작가의 작품으로, 불에 타 한 줌의 재로 사라질 뻔했던 소재들을 되살려 주님의 수난을 표현하는 특별한 십자가의 길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불에 그을린 자재를 거친 질감 그대로 살려 만든 이 작품을 통해 십자가의 길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 영혼의 회복과 영원한 생명으로의 부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