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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버립니다 하느님의 종 박원서 마르코(1817~1867)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4-29 15:26:52 조회수 : 41

쌩텍쥐뻬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B-612 소행성을 떠나 세 번째 별에 도착합니다. 그 별의 주인인 주정뱅이와 어린왕자의 만남은 아주 짧지만, 그 대화 안에는 악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심리의 부조리함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술을 왜 마시나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마시지.”

“무엇이 부끄러운데요?”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럽지.”

어린왕자는 세 번째 별을 떠나며 혼잣말합니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참 이상해.”


인간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삶을 잠식하고 관계를 파괴하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채, 끊임없는 자기합리화와 회피를 일삼곤 합니다. 잘못된 삶의 태도를 바로잡고 새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깨끗이 정돈한 마음의 방도, 다시 돌아온 더러운 영과 그 친구들의 차지가 되기 일쑤입니다. ‘물 없는 곳’을 찾아 헤매는 더러운 영은, 아무리 겉으로 단장을 해도 내 영혼의 샘이 메말라 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교회는,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구원받은 이들이지만 악으로 기우는 ‘죄의 경향’은 남아 있다고 가르칩니다.


수원 걸매리(현 충남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에는 이존창 루도비코를 통해 천주 신앙이 전해진 뒤 줄곧 신앙을 지켜 온 밀양 박씨 가문이 있었습니다. 이 가문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하느님의 종 박의서, 박원서, 박익서 삼 형제가 있습니다. 그중 둘째였던 박원서 마르코는 형제들과 달리 성격이 침착하지 못하고 거칠었으며, 교리를 잘 실천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게다가 부인과 가정을 돌보지 않고 노름에 빠져 살아 가족과 형제들에게 늘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던 중 병인박해로 삼 형제와 부인 이 마리아가 함께 체포되어 수원으로 호송되는 가운데, 박원서 마르코는 순교를 향해 회심을 하게 됩니다. “내가 평생을 진실되게 천주를 공경하지 못했는데, 오늘 주님께서 나를 부르셨습니다.”라고 가족들에게 말한 그는, 호송하는 포졸에게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번에 끌려가게 되면 망설이지 말고 나를 죽여 주시오. 나 우리 주님과 성모님께로 가서 살겠습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며 두려움에 떨던 형제들은 박원서 마르코의 회심을 보고 순교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수원 관아에 이르러 삼 형제와 부인 이 마리아는 망설임 없이 천주교를 믿어 왔음을 증언하였고, 1867년 3월 같은 날 순교하게 됩니다.


세례 때 우리가 외친 “끊어버립니다.”라는 고백은 한 번의 결심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님 부활의 빛 안에서 날마다 새로 시작되는 회개의 약속입니다. 우리의 결심이 겉만 청소한 집과 같지 않고, 하느님 자비의 샘에서 길어 올린 물로 적셔진 ‘물 댄 동산’ 같기를 바랍니다. 악습의 사슬을 끊는 힘은 결국 하느님의 은총에서 옵니다. 박원서 마르코의 회개가 가족들을 순교로 이끌었듯이, 그의 전구가 악습을 끊어버리려는 모든 영혼을 이끌어주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하느님의 종 박원서 마르코

악습을 끊으려는 저희의 의지에

하느님의 은총을 더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