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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하느님의 종 박선진 마르코(1836~1868)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5-20 16:04:41 조회수 : 53

눈에 보이지 않는 장자의 권리보다 당장 배를 채울 수 있는 불콩죽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겼던 에사우는 아버지 이사악의 마지막 축복을 받는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냥을 하러 나갑니다. 그에게 축복이란 ‘밥도 쌀도 나오지 않는’ 허울 좋은 약속이었을 뿐, 세상으로 나가 더 많은 것을 쟁취하는 일이야말로 그의 삶의 최우선 가치였습니다. 어머니 레베카는 맏이 에사우가 받게 될 아버지의 축복을 동생 야곱에게 돌리기 위해 묘책을 마련합니다. 눈이 먼 이사악이 눈치채지 못하게 야곱에게 형의 옷을 입히고, 염소가죽으로 그의 손을 덮어 줍니다. 아버지의 집에 머무르며 어머니에게 순종해 온 야곱이었지만, 축복을 가로채려는 일이 들통나 아버지의 저주를 받을까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야곱에게 모든 것을 건 어머니 레베카는 말합니다. “내 아들아, 네가 받을 저주는 내가 받으마.”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는 창세기의 레베카 이야기에서 성모님의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사악의 아내이자 쌍둥이 에사우와 야곱의 어머니였던 레베카의 이야기는 그의 영적 통찰을 통해 더 이상 질투와 편애, 상속에 얽힌 속임수와 가족 갈등에 대한 역사적 서술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베카는 세속의 가치에 집착하지 않고 신앙 안에 머물며, 복음적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자녀들에 대한 성모님의 사랑과 이끄심에 대한 예표가 됩니다.


충청도 내포 원머리 교우촌에 살았던 하느님의 종 박선진 마르코는 비신자였던 아버지와 신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천주교를 믿는 것을 엄하게 금지하고 방해하던 아버지의 눈을 피해, 어머니는 어린 마르코에게 기도문을 가르치고 신앙을 심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에사우의 길이 아니라 야곱의 길을 걷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척박하고 고달픈 교우촌의 삶 속에서도 아들만은 천주님의 은총을 가득히 받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그 바람은 마르코가 마지막에 입으로 고백하고 몸으로 증거한 신앙이 되었습니다.


1868년 내포 일대의 수많은 천주교 신자가 체포되었을 때, 열심한 신자로 장성한 그는 사촌 박태진 마티아와 함께 수원읍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는 체포되어 이송되기 전 부모에게 이렇게 하직 인사를 올립니다. “우리가 죽는 것이 어찌 박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주님의 뜻대로 주님을 위하여 죽는 것은 영혼을 구원하기에 좋은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의 말은 부모를 위로하는 인사이면서,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이었습니다. 수원 진영에서 박태진 마티아와 함께 순교한 그의 시신은 매제 서덕행이 원머리로 옮겨 올 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어머니는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을 품에 안았을 것입니다. 칼에 꿰찔린 마음으로 아들을 안고, 그 죽음이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음을 믿었을 것입니다. 남겨진 어머니의 시간은 길고도 무거웠겠지만, 기도와 인내로 견뎌 낸 여생은 또 다른 숭고한 순교였을 터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천국에서 아들과 다시 만났을 때, 어머니는 아들의 품에 영원히 안겼으리라 믿습니다. 성모 성월을 보내며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어머니들을 위하여,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의 종 박선진 마르코의 전구를 청합니다.


하느님의 종 박선진 마르코

저희가 끝까지 주님을 증언하게 하시고,

눈물로 기도하는 모든 어머니를 위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