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가 어농 성지에 도착한 주일 아침, 마침 찬양미사를 준비하고 있던 ‘안다미로 찬양팀’의 연습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활기 넘치는 은혜로운 찬양 소리에 이곳이 ‘청소년 성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울림을 통해 청년 순교복자들의 뜨거웠던 신앙이 20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현재 청소년들의 밝은 미소와 찬양 속에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농 성지의 주일미사는 매주 “셈페르쿰, 셀라, 안다미로, 마라나타 찬양팀”의 봉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농 성지는 2007년 청소년 성지로 지정되어 매년 청소년을 위한 여름학교와 복사단 캠프, 그리고 찬양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농 성지에서는 20~40대에 이르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순교한 복자들을 현양하고 있습니다. 청년 순교복자들의 순교정신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영적 영양분을 채우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청년 봉사자들이 부족하여 여름 캠프는 성지측의 대관으로만 운영된다고 합니다. 2027 세계 청년대회를 앞두고 청년 봉사자들이 많이 양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습니다.
어농 성지에는 성지만의 특별한 십자고상이 제단에 놓여있습니다. 이 고상은 유봉옥 제노베파 작가의 작품으로 소나무 원목 하나를 그대로 사용하여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신자석에서는 예수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재단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면 그때서야 예수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시고 고개를 떨구신 예수님. 그 수난의 순간 예수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원의 은총과 함께 마치 은은한 미소를 짓고 계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예수님의 표정이 제각기 달리 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올려다보는 우리 청년들의 마음속에는 과연 어떤 예수님의 얼굴이 보일지도 궁금해졌습니다.
푸른 자연 속에서 충만한 기쁨을 얻고, 청년 순교자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돌아가는 청소년들이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가 또 하나의 작은 순교자이자 신앙의 증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