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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지상(萬有之上) 첫 자리는 온전히 주님께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7-09 15:29:35 조회수 : 31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길가, 돌밭,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새가 먹거나 볕에 타고 숨이 막혀 자라지 못하지만,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입니다. 신앙 선조들의 자취를 깊이 묵상해 온 사제로서 이 구절을 마주할 때면, 자연스레 우리 순교자들의 삶이 떠오릅니다. 그분들도 처음부터 완성된 ‘좋은 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두려움과 연약함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날마다 주님 앞에 자신을 내어놓는 삶을 통해 마침내 그 어떤 가시덤불이나 돌밭도 허락하지 않는 순결한 밭으로 스스로를 일궈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신앙선조들이 천주님을 만물 위 첫 자리에 모신 만유지상(萬有之上)의 신심에 있습니다. 조용삼 베드로는 모진 고문 끝에 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하늘에는 두 주인이 없고, 사람에게 두 마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천주를 위해 한 번 죽는 것뿐입니다.”라며 일편단심을 고백했습니다. 김 수산나 성녀도 “치명자야말로 주님을 만유 위에 공경하는 자니, 나 같은 죄인도 잡히면 오히려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은혜”라며 기뻐했습니다. 세상의 헛된 유혹이나 두려움이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던 것은, 오랜 기도와 신앙의 단련으로 다져진 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주님을 가장 높은 곳에 모신 삶은,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의 영광을 위해 내어놓는 위주광영(爲主光榮)의 빛나는 열매로 이어집니다. 이정희 바르바라 성녀는 온 가족이 체포되어 죽음을 앞둔 참혹한 옥중에서도 “천국에서 다시 만나면 이 군난(=박해)이 큰 영광이 되어, 우리 집안은 조선에서 첫째가는 명문 가문이 될 것”이라며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장주기 요셉 성인 역시 목에 칼을 받으며 “우리가 이렇게 죽는 것이 성교회에 영광이라”라고 당당히 외치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내 마음의 밭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세상의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가시덤불처럼 자라나 주님의 말씀이 뿌리내리는 것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순교자들이 밭을 일군 것은 죽음의 순간만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일상의 자리에서 주님 앞에 정직하게 선 수많은 순간이 쌓인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그분들처럼, 내 마음의 가장 첫 자리를 온전히 주님께 내어드리는 거룩한 봉헌의 시간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