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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 성지 ② 삶이 곧 기도였던 자리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7-15 16:26:51 조회수 : 29

구산 성지에는 은총문을 들어서면서부터 곳곳에 순례자를 기도의 길로 인도하는 거룩하고 숭고한 묵상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은총문을 지나면 순례자는 첫번째로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 성모상은 전통적인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님’의 모습을 바탕으로, 구산 성지 초대 주임 길홍균 신부님의 깊은 신심을 담아 김세중 화백이 조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공교롭게도 화백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으며 1983년에 축성되었습니다.

성모님께 기도를 마친 순례자가 성지 안쪽으로 난 길로 시선을 돌리면 구산 성지만의 순교 영성이 고스란히 담긴 독특한 묵주기도의 길이 시작됩니다. 거칠고 투박한 옹기 항아리 위에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뜻하는 하얗고 푸른 도

자기 묵주알들이 정성스레 얹혀 있습니다. 이 항아리들은 박해 시절 신앙 선조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메고 다녔던 새우젓 항아리입니다. 서슬퍼런 감시를 피해 산속에 숨어 옹기를 굽고, 새우젓 장사로 고단한 삶을 연명하면서도 서적과 성물을 숨겨 전교하였고 그러면서도 결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선조들의 삶, 아름답게 반짝이는 도자기 묵주알을 만지며, 순례자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모진 고통 속에서도 결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선조들에게는,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과 그 고단했던 삶 자체가 곧 하나의 거록한 기도였습니다. 

성지 묘역 뒤편에는 성당이 보입니다. 이 성당에는 16개의 독특한 나무 창문이 나 있습니다. 모진 박해의 현장에서 신앙 선조들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포승줄이나 창살, 곤장 끔찍한 고문 도구들을 형상화한 ‘형구의 창’입니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하느님을 찬양했던 그 신앙 선조들의 기도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하느님을 찬양했던 그들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기도였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며 세상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