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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인간 하느님의 종 원 프란치스코(?~1871)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7-15 16:27:23 조회수 : 41

흙과 오물로 뒤덮인 채 산에서 내려와 마을을 돌며 구걸하는 그를 사람들은 ‘돼지인간(人彘)’이라 불렀습니다. 한때 충청도 홍주의 부유한 양반 집안 자제였지만,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재산을 모두 빼앗긴 그는 가족과 함께 깊은 산속 토굴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를 붙잡으러 왔던 포졸조차 그 몰골을 보고 차마 끌고 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그가 머물던 어두운 토굴에서는 찬미의 노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흙투성이 얼굴에 박힌 그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평화가 머물러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건네시며 두 손과 옆구리에 새겨진 상처를 보여 주십니다.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상처의 흔적을 지워 버린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완벽함은 흠과 실패를 지우려 하지만, 완전함은 상처까지도 사랑 안에 품어 새롭게 합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으시고,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이르십니다. 부활을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모욕과 상처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더 이상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믿음을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순교자 원시장 베드로(1732~1793)의 손자였던 원 프란치스코는 십 대 때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주교에게 교리를 배웠습니다. ‘내포 교회의 스승’이라 불릴 정도로 교회의 가르침과 전례력에 통달한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앙을 완벽하게 지키려는 열정은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가 되었고, 그는 지나친 단식과 고행으로 몸을 괴롭혔습니다. 그의 형 요셉은 영혼을 구하는 길은 과도한 고행이 아니라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데 있다고 충고했습니다. 그 말을 받아들인 프란치스코는 자신을 학대하는 신앙에서 벗어나, 상처와 부족함을 안고도 사랑 안에서 완전해지는 신앙으로 나아갔습니다.


박해로 모든 것을 잃고 토굴에 숨어 살면서도 그의 마음에는 원망이 깃들 자리가 없었습니다. 자신을 고발한 한가를 미워하기는커녕 천당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준 은인으로 여겼고, 가족들에게도 그를 원망하지 말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옥에 갇힌 뒤에는 가족이 가져온 음식마저 한가에게 나누어 주며 따뜻하게 위로했다고 합니다. 세상은 그의 겉모습을 보고 ‘돼지인간’이라 조롱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를 용서함으로써 상처 입으신 그리스도의 자비를 드러냈습니다.


수많은 형벌과 고문에도 신앙을 굽히지 않은 원 프란치스코는 1871년 수원유수부에서 교수형으로 순교했습니다. 그의 몸과 삶에는 수많은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그 상처들은 더 이상 수치의 표지가 아니었습니다. 재물과 지식, 엄격한 고행도 그 자체만으로는 그를 구원의 완전함으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모욕과 상처, 자신의 부족함까지 사랑으로 끌어안고 나서야 비로소 주님을 닮은 완전함에 이르렀습니다. 하느님의 종 원 프란치스코의 전구로 우리도 상처를 감추거나 원망에 붙들리지 않고, 용서와 사랑으로 부활을 살아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종 원 프란치스코

저희가 흠 없는 완벽함을 좇기보다,

상처까지 사랑으로 품는 완전함에 이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