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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주치명(爲主致命) -모든 것을 기쁘게 팔아-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7-23 16:52:30 조회수 : 81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값진 진주’에 비유하십니다. 이 비유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반응입니다. 주님은 그가 “너무나 기뻐하며” 가진 것을 다 팔았다고 하십니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의무감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벅찬 기쁨이 먼저였습니다. 순교자들의 기록을 깊이 들여다보면 바로 그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이 신앙을 받아들인 것은 결코 강요가 아니었습니다. 목숨을 잃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들은 스스로 진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홍인 레오 복자는 천주교를 접한 뒤 세속의 꿈을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열중했으며, 마침내 부친까지 신앙으로 이끌어 온 가족이 함께 그 보물을 차지했습니다.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복자는 조선 최고의 가문에서 태어나 세상의 온갖 기득권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발견한 뒤 “세상의 부귀영화는 한낱 티끌이요, 오직 천주를 아는 것이 참된 보물”이라 고백하며 모든 것을 기꺼이 내던졌습니다. 이는 체념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차지하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신앙선조들에게 치명(致命)은 피하고픈 끔찍한 형벌이 아니라, 마침내 보물을 온전히 손에 쥐는 특별한 은혜[특은, 特恩]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분들처럼 생명을 걸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비유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여전히 깊습니다. 남들이 다 편하고 이익이 되는 길로 갈 때 묵묵히 정직을 택하는 것, 내게 상처 준 이웃을 주님의 이름으로 품어주는 것, 이기적인 고집을 꺾고 기꺼이 내 몫의 십자가를 지는 것. 이 모든 희생은 의무이기 이전에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기꺼이 치르는 값진 대가이며, 일상 속의 작은 위주치명입니다.

순교자들의 삶에서 깊이 배우게 되는 것은, 그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영웅이 아니라 오늘 우리와 똑같이 유혹받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그 참된 보물을 지켜낸 분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눈에는 가진 것을 다 팔아치우는 모습이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보물을 한 번이라도 손에 쥐어본 사람은 그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우리도 교회 안에 숨겨진 구원의 보물을 발견했으니, 일상에서 작은 위주치명으로 내 모든 것을 팔아 기쁘게 그 밭을 사는 오늘날 순교자의 삶을 살아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