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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성지 ② 눈물의 기도자리, 고택 성당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8-06 16:59:16 조회수 : 44

성지 내 성당을 지나 산길 위쪽으로 오르면, 낮고 소박한 지붕을 얹은 고택 성당이 순례자를 맞이합니다. 이곳은 과거 박해시대 때 신자들이 살았던 전통 초가집과 한옥의 형태를 갖췄습니다. 관군의 눈을 피해 숨어 살던 눈물겨운 옛 공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리의 어려움과 산불의 위험 때문에 현재는 짚 대신 기와를 얹은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십자가의 형태로 보이도록 설계되어 영성적 상징을 더했습니다. 성당문을 열고 들어가니 짙은 나무 냄새와 함께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이 감돌아, 마치 오랜 여행을 마치고 고향집을 찾아온 듯한 깊은 평안함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고택 성당은 단순한 기념건축물의 의미를 넘어,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순교신앙과 그의 발자취를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거룩한 공간입니다. 제대 바로 앞에는 모진 매질과 고문 끝에 신앙을 증거하며 숨을 거둔 성인의 유해(팔뼈 일부)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그의 숨결을 느낄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성인의 삶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생전 ‘칠극’(17세기 초에 중국에서 발간된 책. 인간이 범하기 쉬운 일곱 가지 죄의 근원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곱 가지 덕행을 가르침)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신앙을 닦고 정진하였다고 합니다. 최경환 성인은 늘 이 책을 곁에 두고 삶에서 실천하여 교우들에게 살아있는 영성의 모범을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이 고택 성당은 15세의 어린 장남 최양업을 멀고 먼 이국땅으로 보낸 부모의 결단이 이루어진 눈물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밤마다 무릎을 꿇고 아들과 조선의 교회를 위해 바쳤을 기도의 숨결이 고택 성당의 벽과 기둥마다 고스란히 스며있는 듯합니다. 따스한 조명 밑에서 감실의 성체와 성인의 유해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순례자는 그 고요한 머무름만으로도 지친 일상의 삶을 위로받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살았던 신앙 선조들처럼 고단한 삶을 하느님께 기꺼이 봉헌할 수 있는 새로운 영적 용기를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