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일어난 후 군중은 열광합니다. 요한 복음에 따르면, 군중은 예수님을 억지로 왕으로 모시려 합니다. 혁명군의 지도자로 추대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때는 아직이기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라 하십니다.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요? 군중을 해산시켜야 할 제자들이 그들의 분위기에 휩쓸렸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세워지면 제자들은 큰 명예를 얻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입니다. 제자들을 배에 태워 반강제로 건너편으로 보내고,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십니다. 예수님에게 기도는 아무리 바빠도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예수님 없이 배를 타고 가던 제자들은 풍랑을 만납니다. 맞바람이 불었다 했으니 호수 건너편으로도 갈 수 없고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우리 힘으로는 목적지에 갈 수 없으니, 예수님 없이는 천국에 갈 수 없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유령이다!’ 하며 소리를 질러댑니다.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느낍니다. 예수님이 물 위를 걸으신 것은 ‘진실’입니다. 만약 헤엄쳐오셨다면 유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죽기 직전입니다(보통 죽음의 순간에 유령이 온다고 느끼지 않습니까?). 당황한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다.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자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베드로는 반만 믿고 있습니다. 주님이신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새벽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건을 겁니다. “주님이시거든.” 만약 유령이나 귀신이라면 물 위를 걷게 할 수 없을 것이니 주님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바람을 보고 무서워진 베드로는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물에 빠집니다. 그래서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예수님은 왜 산에서 내려오시어 제자들에게 오셨습니까?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왜 하늘에서 이 세상으로 내려오셨습니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요한 3,17). 예수님을 믿으면 살 수 있습니다.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하고 외치면 됩니다. 우리는 그저 의심 없이 믿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왜 의심했습니까? 어둠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의심했던 것입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은총, 말씀을 듣기만 하여도 믿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