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수원화성순교 성지 ② 달빛 순례길(1) – 녹색순교의 길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10-02 14:22:17 조회수 : 42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수원화성순교 성지만의 아주 특별한 순례가 시작됩니다. 낮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은은한 달빛 아래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달빛 순례길’입니다. 


순례는 성지 내 야외 성모 동산 앞에서 성지 전담 신부님의 성지 소개, 순교자 영성 말씀과 강복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해설봉사자와 다함께 주모경을 드리고 순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성지 후문을 나서, 그 옛날 저잣거리였던 곳으로 향합니다. 민초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 길은 토포청에서 참혹한 고문을 받고 피범벅이 된 채 북문 밖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순교자들의 마지막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끌려가는 이들을 보며, 당시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 이 길을 걷는 순례자는 시공간을 넘어 순교자의 고통과 거친 숨결을 상상해 봅니다.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마르코 복음의 이 거룩한 말씀이 나지막이 순례자들의 귓가에 맴돕니다. 오늘날 우리가 걷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길 위에서, 달빛 순례자들은 신앙의 신비와 깊은 울림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먹먹함과 뜨거움 같은 것을 경험합니다.


저잣거리를 나와 골목길을 들어서면 ‘녹색순교’라고 부르는 아담한 정원이 이어진 길을 만나게 됩니다. 이길에서는 집집마다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활용해 작은 정원을 만들어 가꾸고 있습니다. 녹색순교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생태적 회개 및 환경보호 실천과 연결하여 사용된 용어로,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자연보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이 지구를 지키는 녹색순교를 먼저 시작한다는 다짐으로 이 길을 걸으며 순례자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지구를 건강하게 가꾸고 지켜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