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와룡산 자락에 있는 단내성가정 성지는 하느님의 종 정은 바오로와 정양묵 베드로의 묘가 있는 곳입니다. 특히 성가정 성지에서 현양하는 순교자 대부분이 가족 순교자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87년 성가정 성지’로 봉헌되었습니다.
단내성가정 성지에 도착하면 고즈넉한 오솔길이 순례자를 맞이합니다. 성지의 첫 진입로이기도 한 이 길은 역사적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길로 ‘김대건 신부 로(路)’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 길은 1845년 경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서슬퍼런 박해의 눈을 피해 이곳 단내의 굳건한 신앙인이었던 정은 바오로의 가족을 방문하시고 떠난 것을 기억하고자 만들었습니다. 위험한 박해의 감시 속에서 숨을 죽이며 기다리던 정은 바오로의 가족들에게 사제의 방문은 하느님의 위로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이 거룩한 만남을 통해 정은 바오로와 그 가족들은 눈물의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성사의 은총을 누렸습니다.
김대건 신부에게 성사를 받은 이후에도 남다른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정은 바오로는 끝내 남한산성에서 백지사형으로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김대건 신부 로’를 지나 성지 안쪽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너른 잔디가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주는 ‘성가정 광장’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인자한 미소를 품고 있는 성가정상과 야외 제대는 가정의 성화를 위해 기도하던 거룩한 순간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광장 위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또 다른 야외 제대가 있는 ‘순교 성인 광장’이 나옵니다. 이 광장에는 성지에서 현양하는 순교 성인 5위의 의묘와 돌제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광장에서는 순교자를 위한 현양미사와 기념미사 등이 봉헌되기도 합니다.
단내성가정 성지에서 현양하는 다섯 순교 성인(이문우 요한, 이호영 베드로, 이 아가타, 남이관 세바스티아노, 조증이 바르바라)의 올곧은 순교신앙은 시련 속에서도 가정을 신앙으로 지켜내야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