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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하느님의 종 방 데레사(1849~1868)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10-22 09:14:09 조회수 : 53

룻은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시아버지도 세상을 떠났고 남편의 형제마저 죽었습니다. 모압 땅에는 남편을 잃은 룻과 시어머니 나오미만이 남겨졌습니다. 나오미가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며느리에게 자신의 길을 가라고 하지만, 룻은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라고 말하며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베들레헴에서 룻은 남의 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우며 살아가다 보아즈를 만납니다. 보아즈는 남편을 잃고 타향에서 온 룻의 처지를 헤아려 그를 보호해 주고, 마침내 두 사람은 혼인하여 아들 오벳을 얻습니다. 오벳은 이사이의 아버지이고 다윗의 할아버지가 됩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던 한 여인의 삶에서 하느님께서는 구세주로 이어질 역사를 준비하셨습니다. 


용인에서 태어난 방 데레사는 혼인한 뒤 시부모에게 효도하며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시부모가 체포되어 순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마저 순교하였기 때문입니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데레사는 교우 최제근 안드레아를 만납니다. 그 역시 아버지가 순교한 뒤 박해를 피해 떠돌던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품으며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지나간 삶을 지우지 않으시고, 그 아픔까지 품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 가셨습니다.


혼인의 상처를 안고 교회의 문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흔히 ‘조당’이라고 부르는 혼인장애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애써 덮어 둔 상처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고, 혼인무효를 청하는 것이 자신의 지난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자녀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미안함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본당 신부에게 먼저 꺼내 놓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이들에게 교회가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랐습니다. 2015년 자의교서 『온유한 재판관이신 주 예수님』을 반포하여 혼인무효소송 절차를 개정하고, 이전에 원칙적으로 두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했던 절차를 한 차례의 판결로도 확정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습니다. 혼인무효소송은 단순히 재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제도도, 지나간 사랑을 없었던 일로 만들거나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지우는 과정도 아닙니다. 그 혼인이 처음부터 참으로 성립하였는지를 교회와 함께 바라보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난 우리 삶의 페이지를 찢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시는 분이 아닙니다. 눈물로 얼룩진 페이지까지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시고 그다음 장을 넘겨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자리에서도 하느님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하느님의 종 방 데레사,

혼인의 상처로 교회에서 멀어진 이들이 용기를 내어

다시 성사의 은총으로 돌아오도록 전구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