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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인장을 받은 이들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10-29 11:55:51 조회수 : 3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저마다의 축일을 기념하고 또 모든 성인 대축일에 한 번 더해서 매년 두 번의 축일을 기념하는 걸까요? ‘모든 성인’이라는 말 그대로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날은 로마 보편 전례력 안에서 당신만의 축일이 없는 성인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에서는 ‘하느님의 인장을 받은 이들’이 나옵니다. 이들을 우리가 ‘로마 순교록’을 통해 익히 알고 있고 미사 안에서 기념하는 이름난 성인들로 빗대어 보자면, 한편으로는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서 어좌 앞에 또 어린양 앞에 서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일까요? 묵시록은 그들이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고,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 하며, ‘아무도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라고 말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우리 신앙의 선조이신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공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리 외방전교회의 달레 신부가 지은 「한국천주교회사」에서는 병인박해 당시 직접적인 순교와 굶주림, 비참한 생활, 질병 등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8,000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그 이전의 박해를 추가하면 어림잡아 1만여 명의 순교자가 있었으리라고 추정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료가 남지 않아 시복 시성 절차를 통해 ‘하느님의 종’이라고 부르며 공경할 수조차 없는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 저는 그분들을 생각하며 오늘 제2독서인 요한 1서의 말씀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의 다음 날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시간순으로 생각하면 먼저 지상교회의 삶을 마치고 연옥교회에서 정화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천상교회로 들어갈 수 있을 터인데, 왜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날이 위령 성월의 첫날에 오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가 가난하고 슬프고 주리고 목마른 지상의 삶에 앞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마련해 둔 나라를 상속받을 자녀’로서의 행복을 먼저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희망은 우리에게 영혼의 닻과 같아, 안전하고 견고하며 또 저 휘장 안에까지 들어가게 해 줍니다”(히브 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