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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숙제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05 10:40:41 조회수 : 576

기도는 숙제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지독한 애정 결핍으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아이들, 그러나 마음 하나는 비단결처럼 고운 아이들 80여 명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한 청소년 시설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마침 저녁기도 시간이었는데, 기타며 전자 오르간, 드럼 등으로 구성된 미니 밴드에 맞춰, 덩치가 산만 한 아이들이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성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잠깐 착각했습니다. ‘지금 내가 기도하러 온 것인가? 아니면 록 페스티벌에 와 있는 것인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온몸을 흔들면서, 목청껏 성가를 부르는 아이들의 얼굴이 참으로 해맑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 활기찬 분위기는 함께 했던 노부부와 저까지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게 만들었고 주님께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의 기도 시간 역시 비슷했습니다. 돈보스코는 기도 시간이 아이들에게 고통이나 부담을 주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보다는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 활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라토리오 안에서의 기도는 언제나 짧고 단순명료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의가 없다거나 준비가 소홀하지도 않았습니다. 본질이나 핵심을 빼먹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하나는, 오라토리오에서 기도 시간은 설렘과 흥으로 가득한 축제의 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저희 살레시오회 총장 신부님께서 방한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초대형 현수막에 슬로건을 적어 관구관 외벽에 붙였는데, 그 내용은 인생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입니다.”였습니다. 맞습니다. 기도 역시 숙제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기도할 때 여러분의 얼굴은 어떻습니까? 혹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해 마치 연옥벌이라도 받는 듯한 표정은 아닌지요? 입 한 번 뻥긋하지 않고, 팔짱 딱 끼고, 인상 팍 쓰고, 지나치게 무성의한 모습은 아닙니까? 밀린 방학 숙제 해치우듯이 아무런 감흥 없이 초스피드로 기도를 바치는 것은 아닌가요?


기도는 숙제가 아니라 축제라고 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히 설레는 마음과 기쁜 얼굴, 환희로 가득 찬 영혼으로 바치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가 기도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된다면, 절대로 기도가 부담이나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 안에 기쁨 넘치는 감사의 기도, 행복으로 충만한 찬미의 기도가 좀 더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기도를 기쁨이요, 환희, 축제로 여기고 그 시간을 좀 더 즐기고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악은 기뻐하는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기쁨 속에 주님을 섬기십시오”(돈보스코). “기쁨은 기도입니다. 기쁨은 굳셈입니다. 기쁨은 사랑입니다”(마더 테레사).


글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