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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시인(Social Poet)’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19 09:46:10 조회수 : 78

사회적 시인(Social Poet)’



작년 10, 프란치스코 교종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사회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발표했습니다. 교종의 가장 완결된 메시지를 담은 이 회칙 중에 매력적인 표현이 있어 이 지면을 빌려 소개합니다. ‘사회적 시인’. 이는 최근에 나온 교종의 담화집,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모아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주역으로 키우고, 그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활력을 심어주려고 애씁니다. 이제 그 사람들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체념한 채 시간을 죽이거나 불평하지 않고, 불공평한 세상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꿔가기 위해 협력합니다. 나는 그들을 사회적 시인이라 칭합니다.”


시인은 시적 대상 안에 깃든 거룩함과 선함, 아름다움을 찾아내 표현함으로써, 그 대상이 이제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을 드러내게 합니다. 지난해부터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췄을 때, 공동생활을 하는 저희도 대형 감염을 막기 위해 많은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뉴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조차 어려운 이웃들 소식이 전해질 때면, 우리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있다는 미안함과 코로나를 비롯한 생태적 재난이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은 현실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자 JPIC(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 활동을 하는 수도자 모임) 수녀들은 곧바로 현장 곳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코로나로 봉사자가 줄어든 쪽방촌 공동체 식사 준비, 숭례문 지하보도의 노숙인들 도시락 나눔, 부당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산업재해 유가족들과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촉구 등을 하며 그들과 깊이 연결되었습니다.


무릇 현장에는 어디나 사회적 시인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존엄을 지키고, 그들 스스로 자기 이야기의 주인이 되도록 돕고 촉진하는 이들입니다.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장에서 만난 사회적 시인은 쪽방촌 주민자치를 돕는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도 삶의 벼랑 끝에 섰었지만, 이제는 다른 이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시인들의 연대는 더 넓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순 시기에는 교회의 오랜 전통인 물질적 자선과 함께, 좀 더 나아가 가난한 이들과 인격적으로 만나며, 그들 안에 깃든 거룩함이 드러나도록 시간을 나누는 또 다른 사회적 시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비정규직은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도 크게 꾸짖는 쓰고 버리는 문화의 한 단면으로, 사람을 한낱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나쁜 고용 형태입니다.


글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