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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밭에 심어진 작은 씨앗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6-11 11:37:06 조회수 : 154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뜻깊은 일 중 하나는, 신학생 스스로가 작은 일에 감사하며 살 때, 그리고 신학생들이 내면에 숨겨진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스스로 깨달을 때입니다. 누구는 모두에게 인사를 잘하며, 누구는 청소와 분리수거를 잘합니다. 또 누구는 마음이 따뜻하고 너그러우며, 누구는 희생과 봉사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누구는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는 기도하길 좋아하며, 누구는 인간 관계가 좋고, 누구는 검소하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신학생들이 여러 방해 요소들을 만나면 그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찾지 못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서로 질투하고 비교하며, 싸우고 다투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종 행사와 시험 준비로 생활이 무너지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조금은 의기소침한 모습, 자존감이 떨어진 모습, 급기야 사제 성소가 없다고 확신하는 신학생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작은 씨앗과 겨자씨의 비유를 통해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정말 당신의 작은 씨앗을 심어주신 것일까?’ 사실 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쉽게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런 일을 한 번도 체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신학생이 신학교 일상 안에서, 아주 사소한 일상 안에서 그 상상도 못할 일들을 직접 경험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나 재능에서보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과 나약함에서, 급기야 자신의 죄로 인해 넘어지고 쓰러질 때 더 크게 체험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의 약점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자신의 나약함을 형제들과 함께 이겨내고, 부끄럽지만 신부님께 찾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서,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의 틈에서 커다란 ‘가지’들이 자라나는 것입니다. 하찮게 여긴 자신의 부족한 내면 사이로, 그리고 일상 속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그 틈 사이로 큰 가지들이 자라난다는 것을 학생 스스로 체험할 때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상상도 못한 때,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래서 쉽게 느낄 수 없고 쉽게 믿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것에 감사하고 하찮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계속해서 희망을 품는 신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작은 씨앗이 그들 내면에 심겼고, 그들은 큰 가지를 키우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사제인 저도 또 한 번 배우게 됩니다. 미래의 사목자가 될 신학생들이 많은 신자들에게 위로와 사랑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글 |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