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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신혼부부, 당신 멋져!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2-02 13:37:44 조회수 : 570

당신 멋져!” 입에서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판교 신혼부부라는 유행어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였습니다. , 집값·땅값이 많이 올랐다는 경기도 성남의 판교입니다. 돈 잘 번다는 기업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사는 신혼부부는 우리 사회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마 이 부부는 둘 다 멋진 벤처기업에 다니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주식이나 스톡옵션도 두둑이 받아 부자 대열에 들어섰을 것 같습니다. 비싼 아파트도 소유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신혼부부가 사기는 어려운 가격입니다. 그러니 양가 부모님도 부유한, 유복한 가정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 집에는 세련된 유럽풍 가구가 가득할 것 같고요. 그 부부는 음식도 유기농이나 친환경만을 고집할 것 같고, 요가나 헬스를 즐기며 건강도 잘 챙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좀 더 듣다 보니, 이제는 아파트에 사는 신혼부부들은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타운하우스에 살아야 한다고요.

그렇지요. 취직해 월급을 타면 집 가진 사람들이 제 앞줄에 서 있습니다. 허덕이며 빚내어 집을 사고 나면, 주식과 스톡옵션 가진 이들을 쫓아가야 할 것 같아요. 그들마저 따라가고 나서도 건물주가 되어야 할 것 같아 초조합니다. 판교로, 대치동으로, 압구정동으로 뛰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 멋져!”라고 외치려다가, 조금 씁쓸해졌습니다. 요즘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느껴져서입니다. 좀 더 많은 돈을 벌고, 좀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좀 더 좋은 물건을 사서 쓰는 데에 너무 매달려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인권 주일이고, 사회교리 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사회교리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제2주일이기도 하네요.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오신다면, 판교나 대치동보다는 서울역 뒤편 동자동 쪽방촌이나 반지하 방이나 고시원이나 소멸되어가는 농어촌에 먼저 오시지 않을까요?

 

, 생각해 보니 당신 멋져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자입니다. 한동안 건배사로 유행했던 이야기이지요. 올해 연말에는 이 건배사를 외치면서, 가난한 사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쪼개, 쪽방촌과 고시원에 사는 분들을 위해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