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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3-18 10:39:36 조회수 : 690

예수님은 공생활 기간 동안 말씀으로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복음을 전파하셨으며, 치유를 포함한 기적들을 행하셨습니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기적을 행하지 못하셨고,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을 조롱하고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고난을 겪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지요. 제가 믿음이 좋은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제 삶에 있어 복음서에 나오는 복음 전파와 치유의 기적들은 정말 큰 힘이 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사도신경을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믿습니다.”라고 크게 말할 수 있고, 사순 시기에 진실로 부활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항상 살아왔습니다.


지난 2주간 저의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 일하며 코로나19 관련 진료를 봤습니다. 방역 당국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하면 희생자를 줄이고, 의료 체계에도 부담이 덜 가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답답함을 계속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경험담을 가지고 책도 쓰고, 2021년 7월에는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에 잠깐 출연해서, 코로나19 방역정책은 중증 환자 치료 위주로 가야 하며 당시 정책이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 수 있고, 성공하기 어려운 방역정책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그 당시에는 말하기조차 어려운 내용이었지요. 저는 예수님도 아니고 그냥 다른 동식물과 같은 창조된 무엇인가에 지나지 않은, 두려움과 닫힌 마음, 걱정이 가득 찬 인간이지 절대 ‘예언자’는 아니거든요. 


예수님의 말씀인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가 그나마 저의 정신을 붙들어 주는 한 마디였습니다. 아, 혹시 오해는 마세요. 제가 절대 예수님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예수님의 마음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잘 아는 것에 대해서는 과신하게 되죠. 특히 인간관계에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거나 잘 모르는 일을 하게 되면 두려움으로 일을 그르치고, 친숙한 사람이나 익숙한 일을 마주하게 되면 ‘내가 아는 것이 맞아’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결국 믿음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은 오직 그 분만이 알고 계시죠.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가질 필요 없고, 잘 안다고 자만하고 상대방을 비난할 자격도 없습니다. 


앞으로 ‘덜 두려워하고’, ‘더 마음을 여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부활을 앞두고 기도해 봅니다.


글 | 서주현 에드부르가(전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