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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15 조회수 : 125

 
이사야 49,1-6   
요한 13,21ㄴ-33.36-38 
 
서글프고 슬프기 짝이 없는 최후의 만찬! 
 
 
성 목요일 다락방에서 거행된 최후의 만찬 석상의 광경이 참으로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합니다.
동시에 무척이나 서글프고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꿰뚫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부여하신 사명의 종착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 결말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하며 고독할 것인지를.
동시에 그분께서는 혼란스럽고 긴박한 상황 앞에서 제자들이 어떤 마음을 먹고 있었는지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당신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는데, 그 순간 보여준 제자들의 모습이 천태만상입니다. 
 
①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 하는 행동으로 보아서 그는 예수님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고 의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을 향한 사랑이 컸던 만큼 그는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을 것입니다.
이제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조금은 난감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산란한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드리기 위한 동작이 아니었을까, 추론해봅니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②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 그는 수제자 베드로, 애제자 요한, 넘버 쓰리 야고보 사도와 함께 제자단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었던 핵심 제자단의 일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자들은 머리가 잘 돌아가고, 계산도 척척 잘 해내고, 관리 능력도 탁월한 유다를 재정 책임자로 임명하는데 다들 동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초심을 잃어버렸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졌고, 더 이상 이곳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떠나기를 결심했습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그의 속마음을 다 알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공개적으로 질책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으셨습니다. 끝까지 그의 자유 의지와 결정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회심을 기다리며 새출발의 가능성을 열어두셨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에게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③ 시몬 베드로: 시몬 베드로는 수제자였습니다.
제자단을 이끌면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인한 부담이 컸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도 남발하고, 이룰 수 없는 헛된 맹세도 자주 합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비록 순식간에 깨어질 약속이라 할지라도, 잠시나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그는 수제자로서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 모신 사람이었으며, 가장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곧 살 떨리는 수난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기 일보 직전인데, 그 누구도 당신께서 겪으셔야 할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위로와 격려를 드리기는커녕 배반하고, 엉뚱한 말을 해대고 있으니,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사실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초능력자셨습니다.
마음 한번 바꿔먹으면 그 비정하고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판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열렬한 기도와 하느님 아버지와의 깊은 일치 안에서 끝까지 침묵하시고 인내하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순명하시며 묵묵히 그 외롭고 슬픈 길을 천천히 걸어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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