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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7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4-16 조회수 : 111

주님 만찬 성목요일

 

 

[말씀]

1독서(탈출 12,1-8.11-14)

문설주에 발린 파스카 희생양의 피는 주님께 대한 히브리인들의 믿음과 순명을 드러내며, 죄인에게 내리 닥칠 징벌로부터 그들을 구해줄 표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가족 단위로 매년 새롭게 거행하는 희생양 섭취는 이집트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의 밤을 기억하는 의식으로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2독서(1코린 11,23-26)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당시 코린토 교회에서 거행되던 성찬례를 전해줍니다. 신약성경에서 성찬례에 관한 언급은 네 차례 발견되는데, 복음서(마태 26,26-30; 마르 14,22-25; 루카 22,14-20) 이외에 유일한 경우가 오늘 독서입니다. 그러나 저술 시기로 본다면, 코린토 1서가 다른 복음서들을 앞서기에 성찬례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는 일찍부터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해 왔고, 성체를 받아 모시며 일치의 삶을 다져왔습니다.

복음(요한 13,1-15)

예수님을 생명의 빵으로 그토록 강조해왔던 복음저자 사도 성 요한은, 다른 복음저자들과는 달리, 성찬례 기사를 보도하지 않고, ‘제자들의 발을 씻으심기사로 대체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사랑이 다스리는 왕국을 예고하신 그리스도의 몸짓은, 표현 방법을 달리하여, 미사성제가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주님은 참된 파스카의 성격을 강조하고 계신 것입니다.


[새김]

오늘부터 가톨릭 전례의 핵심인 성삼일에 들어갑니다. 그 첫날인 오늘, 성목요일, 예수님께서 체포되시기 직전, 수난과 죽음의 길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디시기 직전, 사랑하시던 제자들과 최후 만찬, 마지막 저녁 식사를 나누시던 중에 당신의 몸을 영적인 양식, 생명의 음식으로 내어주시면서 성체성사를 세우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 주십니다. 우리는 이 밤에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을 함께 재현하며 기립니다

 

사도 바오로는 제2독서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누어주신 한 조각의 빵, 한 잔의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라니 참으로 알아듣기 힘든 일입니다. 성경을 아무리 눈여겨 읽어보아도 어떻게 해서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그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 때문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우리 교회 전체가 바로 그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 때문에 살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사랑의 성사이기 때문입니다. 그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 속에는 주님의 사랑과 생명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먹고 주님의 사랑을 마시면서 사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다른 곳에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면서 제자들이 받아 나누어 먹었던 빵은 바로 예수님의 몸이었습니다. 그리고 잔에 넘치는 포도주는 예수님의 피였습니다. 제자들은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미사성제를 거행할 때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셨으며, 그 힘으로 살았습니다. 교회는 이천 년이라는 긴 세월을 예수님의 이 사랑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가면 되겠습니까? 이 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심으로써, 그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님또는 주님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우리 모두 예수님처럼 자신을 낮추어 내 가족의 발을 씻겨 주는 사람, 내 이웃과 형제들의 발을 씻겨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삶이 주님의 식탁에서 사랑의 성체를 받아먹는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살아날 것입니다. 내 가정이 살아날 것이고 내 이웃과 형제들이 살아날 것이며, 우리 본당 공동체는 물론 이 사회, 이 나라가 살아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 밤 주님께서 세워 주신 성체성사는 생명의 성사, 우리를 살리는 성사입니다. 머리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성사이지만, 행동으로 실천함으로써 모두 함께 살아야 할 성사입니다.

예수님께서 한 조각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 안에 당신의 생명과 사랑을 담아서 제자들에게 주신 것처럼, 사랑의 성사를 받아먹는 우리도 우리 자신을 내어주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예수께서 식탁에서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던 것처럼, 우리도 무릎을 꿇고 서로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모두 살아날 것이고, 우리 모두 부활의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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