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말씀]
■ 제1독서(창세 1,1-2,2)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이 송두리째 흔들리던 바빌론 유배시대에, 창세기 저자는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시며,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작품임을 역설합니다. 나아가 이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의 선성을 찾아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하느님은 당신의 영으로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던” 세상에 형태를 부여하시며, 피조물의 정점인 인간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시고, 사람을 사랑으로 부르시어 창조적 존재가 되게 하십니다. 유배시대에 구성된 창세기의 첫 부분은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이르는 사랑의 기나긴 역사를 묵상하도록 이끕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새 아담’이시며, 그분 안에서 창조는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될 것입니다.
■ 제3독서(탈출 14,15-15,1)
히브리인들의 역사 의식 한가운데는 이집트 탈출 사건이 자리합니다. 이집트 종살이 생활에서 해방된 백성임을 늘 의식했으며, 그때마다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되새겼습니다. 이들은 창조 이후의 역사가 자신들의 뿌리 깊은 기원을 통찰하도록 이끌어준다는 신념으로, 이집트 탈출 역사를 새로운 형태로 줄곧 계승해 왔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이제 서사적이며 상징적인 색깔을 띠게 됩니다. 홍해를 건넘은 비탄의 상황에서 새로 태어남을 상징하며, 물은 의인들에게는 생명이 원천, 악인들에게는 파멸의 원천이 됩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종살이의 무리에서 한 백성을 구원하시며, 이 백성을 통해 당신의 능력을 떨쳐나가십니다.
■ 제5독서(이사 55,1-11)
유배시대 말기에, 익명의 예언자 제2이사야는 다가온 바빌론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 미래를 향하여 시선을 돌립니다. 곧 세상은 완전히 새롭게 될 것이며, 사람의 꿈은 실현되리라 외칩니다. 각자 필요로 하는 것을 소유할 것이며, 생활과 축제에 필요한 것들이 무상으로 주어지리라 소리 높입니다. 새 다윗을 중심으로 하나 된 인류가 충만함을 누리리라 예언합니다. 이 모든 것은 영적인 변화의 열매, 곧 배반한 백성이 무한하신 사랑의 하느님께 되돌아옴으로 비로소 가능한 현실이 되리라 예고합니다.
■ 제7독서(에제 36,16-28)
예루살렘의 결정적 파괴 이전 유배지로 압송되어 온 사제 에제키엘은 그곳에서 소명을 받고 예언자로 활동합니다. 에제키엘은 우선, 성도 예루살렘이 재앙만은 모면할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빠져 있던 유배민들을 거슬러 싸웁니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동족들을 일깨운 다음, 이제 희망의 세계로 그들을 이끕니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이 죄로 망가뜨린 것을 새롭게 재건하실 것이며, 이 재건은 사람의 마음조차 송두리째 바꾸어놓으리라 예고합니다. 이스라엘은 새롭게 다시 살아날 것이며, 하느님의 참 영광은 구원 업적을 통하여 환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 서간(로마 6,3-11)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도 바오로는 무엇이 그리스도인 생활의 본질인지를 설명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은 거저, 조건 없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고백하는 일입니다. 이를 고백하는 사람은 변화의 길을 걷습니다. 낡은 인간으로부터 죽어 전혀 새로운 나로 부활하는 근원적인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변화는 부활 사건으로 당신 사랑의 왕국을 빛나게 하시는 주님과 하나 될 때 완성될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우리는 낡은 영역, 곧 죄의 세계에서 죽어, 새롭고 영원한 영역, 곧 은총의 세계로 들어갈 것입니다.
■ 복음(루카 24,1-12)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 저자와는 달리, 루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든 발현을 예루살렘에 국한시킵니다. 루카는 이처럼 오순절 곧 ‘성령 강림’ 이후, 성령께서 세상 땅끝까지 기쁜 소식을 전파하시는 방법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 출발점은 (아직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는 유다교의 세계를 가리키는) 예루살렘이며, 그 종착점은 사도행전 끄트머리에 언급되는 (사도들 시대에 세계의 중심이며 보편성을 상징하는 도시인) 로마입니다. 루카는 또한 구원사업의 결정적인 순간으로서의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과 묻히심과 부활 사건의 목격 증인은 제자들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홀대받던 여인들이라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복음은 순수하고 소박한, 그러나 열정적인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어 나간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듯합니다.
[새김]
이제는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이유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생명을 선사하신 이유가…
구약시대 펼쳐진 히브리 백성의 기나긴 역사의 의미가…
마침내 복음서에 담긴 그리스도의 말씀과 사건들의 의미가…
주님 부활하신 오늘, 알렐루야!
우리에게는 오로지 단 하나의 믿음,
부활을 힘차게 고백하고 선포하는 믿음!
우리에게는 오로지 위대한 단 하나의 사명,
부활의 삶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명!
부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