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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29 조회수 : 118

4월29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복음: 요한 3,7-15 
 
고통스러운 현실의 도피처요 마취제로 신앙생활을 선택하신다면... 
 
 
조금은 우려스러운 신심을 추구하는 교우들을 가끔 만납니다.
너무 약한 신심도 문제지만, 너무 과도한 신심도 심각합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의 도피처요 마취제로 신앙생활을 선택합니다. 
 
하루 온종일 기도 생활이요 신심 생활이지만, 이웃 사랑의 실천이나 공동선 실천은 뒷전입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구체적인 사회 현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신심입니다.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성숙한 기도 생활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참된 신심은 마치 우리 심장이
반복해서 뛰는 것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수축과 이완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축은 하느님과의 일치, 곧 기도 생활이요 신심 생활입니다.
이완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요, 공동선과 사회정의의 실천입니다. 
 
우리 모두 이제야 겨우 길고 어두운 터널 하나를 빠져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준비되지 않는 미성숙한 지도자와 그를 철저하게 이용한 끄나풀들의 탓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활개를 칠 때, 그저 이것도 하느님의 뜻이겠지, 하고 기도만 하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나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면, 그 다음 단계, 행동을 통한 결실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의 신심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25명이나 되는 대가족에서 태어나, 많은 형제자매들 틈에서 성장한 가타리나였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빛나는 덕행과 탁월한 신심, 뛰어난 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논문을 구술하였고, 교회는 그녀를 교회 박사로 선포하였습니다.
그녀의 탁월한 신심생활과 하느님을 향한 열렬한 사랑, 이웃사랑의 실천, 거룩함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그녀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녀로부터 영적 지도를 받은 사람들, 깊은 감화를 받은 사람들은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가타리나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을 찾았고 만났으며 사랑의 합일로서 주님과 일치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가타리나의 고백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하느님 사랑에 깊이 빠져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벌거벗음을 덮어주시는 의복이십니다.
당신은 쓴맛이 조금도 없는 감미이시므로,
그 감미로움으로 배고픈 우리를 먹이십니다.
오, 영원한 삼위일체이시여!” 
 
가타리나의 하느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은 자주 그녀를 깊은 탈혼의 경지에 이르게 했습니다.
열렬한 기도 안에서 구세주의 형상을 뵙고 난 그녀는 그 기쁨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이 웃으시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던 것이 가라앉았고, 나도 예수님을 향해 웃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향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은 모든 종이 한꺼번에 울려 퍼지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알리던 부활절보다 더 기뻤습니다.
성탄절 날 구유에 깔린 밀짚 위에 작은 아기 예수 인형을 놓을 때보다도 더 기뻤습니다.
우리 엄마를 끌어안을 때보다도 더 기뻤고, 정말이지 하늘의 기쁨을 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가타리나는 결코 감미롭고 신비로운 신심에만 머물러있지 않았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가타리나의 이웃을 향한 사랑 역시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기도의 결실로 매일 충실한 이웃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성 라자로 병원을 찾아가 전문 의료진들도
감당하지 못해 혀를 내두르는 진상 환자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봤습니다.
의료 수준이 형편없던 시대, 별다른 처방도 없이 죽음을 향해 가던 환자들은 틈만 나면 소란을 피우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가타리나에게 퍼붓곤 했습니다. 
 
그러나 가타리나는 마치 자상한 엄마가 까칠한 사춘기 소녀 딸을 대하듯 한결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으며, 주체못하는 환자들을 꼭 끌어안고 토닥토닥 들을 두드리며 진정시켰습니다.
그 누구도 가까이 가지 않는 진상 환자들만 골라 임종 순간까지 극진히 돌보았습니다. 
 
살아생전 언제나 생생하게 예수님을 눈앞에 뵙듯이 살았던 가타리나는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극진히도 눈에 보이는 예수님인 환자들을 극진히 섬겼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였는지, 하느님께서는 그녀의 몸에 오상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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