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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3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30 조회수 : 49

“고등학생 때도 책을 많이 읽었어요?”

 

학생들이 제게 묻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한 권도 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따라갔던 만화방에서 읽은 만화책이 전부였습니다. 책 읽는 습관도 없었지만, 책 읽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밤 10시까지 하는 자율이 아닌 이름만인 자율학습을 해야 했고, 또 강제적으로 보충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학력고사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에, 예체능 시간이 아깝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요즘의 아이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빠른 결과만을 바라는 현대인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멀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를 주변 사람들이, 심지어 동창 신부들까지 부러워합니다.

 

하루에 거의 한 권꼴로 책을 읽고 있으니, 이 부분만큼은 사람들을 앞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를 기쁘게 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또 지금을 힘차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런 기쁨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힘듭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단번에 그리고 이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길게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빠른 결과만을 찾습니다. 과정 역시 너무나 커다란 기쁨을 줄 수 있는데도, 성급해서 과정 안에서 얻는 기쁨을 놓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주님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만, 너무나 쉽게 신앙생활을 소홀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름으로 열심히 기도했다고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곧바로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사랑에 대해 교회는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그 사랑이 피부로 와닿지 않아서 주님을 세상의 일보다 뒷자리에 위치시킵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으로 우리 구원을 위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음을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구원이 빠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 세상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일을 늘 뒤로 미룹니다.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구원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사랑의 삶을 살고 이로써 기쁨과 평화를 누린다면 그것이 구원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자기 이기심과 욕심만을 내세우고 있다면 구원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의 명언: 너 자신이 되라! 다른 사람은 이미 있으니까(오스카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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