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와 성혈
이번 주 내내 우리는 요한복음 6장을 읽으며 생명의 빵을 묵상하고 있으며, 오늘 말씀은 이 단락의 결론에 해당하는 성체성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프로테스탄 성서학자들은 이 본문을 비유적, 또는 상징적으로 해석하여 가톨릭교회의 성체성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작품으로 봅니다. 믿음은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행위처럼 예수님과 하나 되는 행위, 실제적 행위이어야 한다는 해석으로 만족하고자 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그러한 의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로써 만족한다면 성경 본래의 의미를 간과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본문에 나오는 먹다와 마시다라는 표현 자체가 구체적으로 먹고 마시는 행위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살과 피를 동시에 언급한다는 것은, 셈족의 사고 속에서는, 인간 구성 요소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이 요소를 따로 떼어 언급한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의미, 곧 성사적 의미 안에서가 아니라면 결코 설명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것은, 먹고 마시는 행위 안에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시는 분과 하나 됨을 의미합니다. 그분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는 신적 기원을 지니신 분이며, 그분을 통해서 인간은 비로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선언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살은 참된 양식이고, 그분의 피는 참된 음료입니다.
이러한 표현을 통하여 복음저자 요한은 예수님은 우리 인간과 똑같이 살과 피를 지닌 분임을 분명히 하면서, 따라서 그분의 살과 피는 구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머묾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예수님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그분의 살을 먹고 그분의 피를 마셔야 함을 천명하십니다.
하느님 안에 머문다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그런데 그 머묾이 먹과 마심을 전제로 한다면, 성체성사의 의미와 가치는 더욱 빛날 뿐입니다: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자격을 부여받은 가톨릭 신앙인들이며, 성체성사를 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신 예수님의 살을 먹고 그분의 피를 마시며 하느님 안에 머무는 행복을 선사받은 사람들입니다.
더욱 자주 미사성제에 참여하여 성체를 모시며 주님과 하나 될 것을 다짐하고, 이 다짐을 그분의 말씀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삶으로 드러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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