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5월 15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5-14 조회수 : 112

겸손의 자리

 

 

그리스도교 덕행 또는 상식적이며 보편적인 덕행 자체를 강조하는 소리를 듣기가 날로 힘들어지는 시대입니다.

덕행이라는 표현에 대한 반응이 별로인 것 같으며, 우리의 문화 속에서도 그 자리가 불안하거나 희미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겸손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그렇게 살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반문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승진하기 위해서는 타인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야 하고, 이 능력은 경쟁력이나 막무가내식 의지로 평가되기 일쑤입니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남을 짓누르거나 깎아내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의 주역으로, 우상으로, 빛나는 스타로 사는 삶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현실의 문화 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겸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예수님은 당신이 취하신 하나의 몸짓과 이 몸짓에 대한 해설을 통하여 이 겸손의 덕에 대하여 설명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파스카 축제에 앞서 당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종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내놓은 사람, 내려놓은 사람처럼 당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맡기신 것입니다.

 

이 몸짓에 대한 설명 가운데 우리는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하는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때에, 주님께서 먼저 나를 위해 봉사와 희생을 아끼지 않으셨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이웃의 발을 씻어 줄 때에, 주님이 먼저 내 발을 씻어주셨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복음을 전파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겸손을 앞세워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복음의 핵심 내용인 말씀과 행적의 출처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모두 다 주님에게서 나온 것임을 철저하게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겸손의 자리는 따라서 무력하거나 뒤처지거나 의욕이 없는 사람들의 자리가 아니라, 자신 있게 앞장서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들의 자리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 늘 권위가 함께했듯이, 그래서 청중들이 놀라움을 표시하고 권위 있는 가르침과 행적으로 평가했듯이, 우리도 말씀을 전하고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 권위를 동반해야 합니다. 그 권위는 누가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언행(言行)이 일치하고 지행(知行)이 일치하며 신행(信行)이 일치할 때 자연스럽게 갖춰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만 누가 발꿈치를 치켜들며 대드는 이 있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용기 내서 기쁘게 봉사와 희생의 길, 사랑 실천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된 말을 전하고 선한 몸짓으로 다가서면서, 겸손한 마음, 곧 주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생명의 말씀을 전해주셨고 구원의 행적을 보여주셨음을 가슴에 새기는 하루, 그대로 따라 실천에 옮기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