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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5-18 조회수 : 72

복음: 요한 13,31-33a.34-35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잡목과 칡넝쿨, 가시덤불에 둘러싸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반송 한 그루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이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가련한 아이 같았습니다. 
 
잘 드는 톱으로 잡목을 잘라내고, 굵은 칡넝쿨과 가시덤불을 과감히 쳐주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말라 죽어버린 가지들도 깨끗이 잘라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본래 지니고 있었던 어여쁜 자태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그루를 끝내고 다른 나무로 옮겨가려는데, 말끔하게 단장한 그 나무가 제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게 와줘서 고맙습니다. 관심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죽어가던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게 단장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나무가 제게 건넨 말은 저 역시 날이면 날마다 주님께 말씀드려야 할 말씀 같습니다. 
 
수난과 죽음을 목전에 둔 예수님께서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제자들에게 건네시는데, 말씀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애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 뿐이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3-34)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사랑은 그냥 사랑, 통속적인 사랑,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이 아닙니다.
그 사랑은 상대방을 살리는 사랑, 상대방에게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를 주는 사랑,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사랑입니다. 
 
언젠가 임종을 목전에 둔 한 형제님께 병자성사를 집전하러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랄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병세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의식도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정성껏 병자성사를 정성껏 집전했고, 돌아서 나오기 직전, 그 형제의 귀에 대고 큰 목소리로 말씀드렸습니다. 
 
“형제님, 그간 정말이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형제님께서 이 세상에 머무시는 동안 하신 일들을 보니 놀랍습니다.
달릴 길을 다 달리신 형제님의 삶을 보고 주님께서 정말 기뻐하실 것입니다. 
 
이제 조금만 참으시면 영원하신 하느님 품에 안기실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부디 마지막 순간까지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형제님, 편안히 잘 가십시오. 먼저 천국에 도착하시면 주님께 안부 잘 전해주십시오.
형제님 사랑합니다. 파이팅!” 
 
솔직히 저는 그 말씀을 드리면서, 설마 형제님께서 제 말씀을 들으실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말씀을 끝내고 나니, 형제님의 얼굴 근육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형제님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형제님께서 제 말을 들으신 것입니다. 
 
보십시오. 인간 존재는 그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랑 빼면 시체인 존재가 인간입니다.
죽기 일보 직전인 사람, 치유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 임종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랑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살리는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생명을 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에게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주는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나를 위해 더 존재하는 그를 보며, 그가 더욱더 존재하기를 바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그를 더욱 아름답게 존재하도록 노력하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그를 더 아름답게 성장시키려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그가 더욱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내가 한 줌 거름이 되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그가 더욱 충만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가 기꺼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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